그가 돌아왔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색맹의 섬’ 등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의학자 올리버 색스. 이번엔 음악이란 현미경으로 환자를 들여다본다.
2007년 최신작 ‘뮤지코필리아’는 음악(music)과 필리아(philia)의 합성어. 필리아는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인간에 대한 사랑, 공감과 교감’을 뜻한다.
40여 년 동안 신경의학 분야에서 다양한 환자를 치유한 저자가 음악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는 명쾌하다. “인간은 언어적인 종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종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은 음악을 인식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것은 청각적이고 정서적인 일이 아니라 운동 근육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음악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주목을 끌었고, 뇌 기능의 거의 모든 측면과 삶 그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다.”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면면은 ‘예상한 대로’ 놀랍다. 40대 정형외과의 토니 치코리아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어느 날 호숫가에서 말 그대로 “번개를 맞았다”. 기적일까,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그런데 뭔가 인생이 바뀐다. 음악 문외한이던 그가 열정적으로 음악에 빠져 피아노 연주와 작곡까지 마다지 않는 것. 뇌 측두엽에 문제가 생겼으리라 추측되지만 그게 대수인가. 그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한다. ‘여지없는 축복이자 은총’을 받았으므로.
올리버 색스의 글은 여전히 재밌다. 환자 마음을 짚고, 치료보다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갖는 따뜻한 시선도 그대로다. 다만 일부에서 지적했던 글의 ‘가벼움’을 의식했을까. 유쾌함의 수위를 낮춰 조금 아쉽다. 아울러 저자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매력적인 ‘직접 그린 스케치’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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