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울릉도 땅에 자동차가 처음 상륙한 것은 1977년 초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울릉도 도동항 방파제 건설 등 각종 토목공사 자재 운반용 트럭이었다.
처음 들어온 자동차는 울릉도 주민에게 경이의 대상이었다. 토석을 가득 싣고 먼지를 날리며 방파제 공사장으로 질주하는 트럭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자동차가 들어온 지 반년 가까이 지난 1977년 6월 28일. 울릉도 방파제 공사장으로 향하던 트럭이 운전 부주의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한 울릉도 길을 조심하지 않고 달리다 사고를 낸 것이다. 1명 사망, 1명 중상. 울릉도에서의 첫 교통사고 발생이었다.
사고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주민들은 한마디씩 했다.
“방파제 공사도 하고 자동차도 들어오고, 다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사람 죽는 것보단 차라리 자동차 없는 게 낫지.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 그립구려.”
2007년 12월 현재 울릉군 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3234대. 1977년 차가 들어온 이래 1978년 158대, 1980년 183대, 1990년 335대, 2000년 1945대 그리고 3200대를 넘어섰으니 빠른 속도로 자동차가 늘어난 것이다.
그 와중에 1997년엔 처음으로 뺑소니 교통사고가 발생해 초등학생이 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교통사고보다도 교통 혼잡이 더 문제다. 차는 늘어났지만 지형 특성상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피서철이 되면 더욱 심각해진다. 평소에도 여건이 어려운데 피서객들이 가져온 차량이 늘어나 울릉도 전체가 자동차로 몸살을 앓는 것이다. 여객선 입출항 때면 도동항 일대는 온통 북새통이다. 이에 따라 울릉군청은 인터넷 등을 통해 차량 반입을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울릉도에 자동차가 상륙한 지 32년째, 울릉도에서 교통사고가 처음 발생한 지 32년째, 자동차의 편리함도 좋지만 자동차가 초래하는 불편함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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