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원칙 깨지면 촛불도 꺼져”

  • 입력 2008년 7월 1일 02시 58분


“두달간 계속된 촛불로 화해의 여지 없어져가”

어젯밤 1시간 가두행진 별다른 충돌없이 끝나

“촛불을 지키는 힘은 비폭력입니다. 오늘 비폭력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만약 깨지면 촛불은 영영 꺼지는 것입니다. 다시는 시청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시국 미사 내내 비폭력을 강조했다. 이런 호소 덕분에 3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사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가톨릭 신도와 시민들은 이날 오후 5시경부터 모였다. 미사는 오후 6시부터로 예정됐었지만 경찰이 방송 차량의 진입을 막으면서 늦어져 오후 7시 반경 시작됐다.

신부들은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차분함과 비폭력을 거듭 강조했다.

“두 달 동안 계속된 촛불집회로 국민과 정부 모두 상처를 입고 화해의 여지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차분하게 뒤돌아보고 비폭력을 복원해야 합니다.”

미사가 오후 8시 50분경 끝난 뒤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제단이 행진을 하자고 제의했기 때문이었다.


▲ 영상취재: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상시국 미사

사제단 "매일 오후 6시 30분 시국 미사 열겠다"

촛불집회가 5월 2일 시작된 뒤 가두행진 때마다 경찰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기 때문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사제단 100여 명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뒤를 따랐다. 이들은 오후 9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했다. 경찰이 종로구 세종로 방향을 전경버스로 막았기 때문에 숭례문∼명동∼을지로를 돌았다.

십자가를 앞세운 사제단은 ‘이명박은 회개하라’ ‘시민들도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아침이슬’과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1시간 뒤에 행진을 마친 사제단은 “국민에게 힘이 되는 시점까지 우리 사제단은 단식을 계속하겠다. 서운하더라도 내일 다시 모이자”며 해산을 권유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해산했지만 400여 명이 밤 12시까지 서울광장에 남아 토론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30∼40명씩 몰려다니며 종로 일대에서 쇠고기 전면 재협상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전과 달리 쇠파이프를 들거나 전경들을 향해 욕을 하는 모습은 없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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