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사간동 국제갤러리 신관(02-733-8449)에서 열리는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57·사진)의 개인전 풍경이다. 이달 31일까지 ‘Transfigurations(변형)’란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서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여 주목받은 영상설치작품 ‘해변 없는 바다’와 관계되는 작품과 거대한 영상물 ‘천년을 위한 다섯 천사들’(2001년) 등 10점을 볼 수 있다. ‘해변 없는 바다’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이미지를 물의 장막을 건너가는 사람들을 통해 표현한 작품으로 10월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비올라는 1970년대 백남준의 조수로 4년간 일한 바 있으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영상작업으로 ‘기술을 예술로 승화한 아티스트’로 꼽힌다. 죽음과 시간의 유한성을 소재로 한 그의 영상작업은 명상적이고 시적이다.
“전시 주제는 제목 그대로 형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다. 7년마다 인체의 모든 세포는 다 바뀐다. 엄밀히 말해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닌 것이다. 결국 ‘변형’이란 우리의 내면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1990년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그는 죽음을 새롭게 인식했다. 지구에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고 값진 것이기에 잘 써야 한다는 것. “부처는 우리의 행위나 창조물은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역사, 새로운 혁신이나 개념은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이 나중에 겉으로 드러날 뿐이다. 내 작품을 보면서 그런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다.”
그의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연기자가 아니다. 작가는 일대일로 만나 죽음에 관한 시를 읽어 준 뒤 죽음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듣는다. 그리고 촬영할 때 자신의 진솔한 느낌을 생생하게 되살리도록 부탁할 뿐이다.
“죽으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늘 함께한다.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 어둠이나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빛을 생각한다.”
30일 이한에 앞서 그는 백남준의 유분이 안치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를 찾았다. 주지인 명진 스님의 안내로 스승의 사진을 마주 대한 그는 금세 눈시울을 붉히더니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 ‘오, 남준!’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