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트리’ 10일 개봉… 부조리 불감증 고발

  • 입력 2008년 7월 1일 02시 58분


‘레몬 트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접경에서 희생당하는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진 제공 진진
‘레몬 트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접경에서 희생당하는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진 제공 진진
오늘도 곳곳에서 사고와 재해,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간다.

10일 개봉하는 ‘레몬 트리’는 부조리의 만연에 대한 불감증을 꼬집는다. 부당한 처사라도 흔한 일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까. 옆집 여자의 생활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은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역사의 일부일 뿐”이라고 정당화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접경지대.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 지단(이암 아바스)은 늙은 일꾼과 둘이서 레몬 농장을 가꾸며 산다. 남편은 죽었고 아들은 미국으로 떠났다.

어느 날 살마의 이웃에 이사 온 이스라엘 국방장관 나본(도론 타보리)에게 레몬 농장은 가족을 위협하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일 뿐. 일방적인 철거 통보와 무의미한 법정 투쟁이 이어진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마는 레몬 나무와 고향을 잃는다.

살마와 국방장관의 ‘레몬 나무 분쟁’을 전 세계에 알린 매스컴은 법원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바쁘다. 함께 싸웠던 변호사도 판결 직후 낙담한 살마를 홀로 내버려 둔 채 기자들에게 “작은 승리”의 의미를 열띠게 호소한다.

에란 리클리스 감독은 세상의 이런 모든 말에 무심해하는 살마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레몬 나무에 살마가 담고 살아온 가족에 대한 추억이 세상의 관심거리가 아니듯, 세상이 주시하는 정치적 의미는 살마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국방장관의 아내 미라(로나 리파즈미셸)와 살마 사이에 희미하게 싹트는 소통은 어리석은 남자들의 전쟁을 바라보는 여성 감독의 시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생각하지 않는 바보 같은 남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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