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가 ‘정답’일까요?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대답은 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 교육의 획일적인 분위기죠.”
지난달 26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 시교육청 직원 300여 명과 중고교 교장 200여 명 앞에 선 이어령(74)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지금은 가르치고 배우는 식의 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이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젊음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로부터 직접 들어보고 간단한 토론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교육청이 직원과 교장 등의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 2005년 4월부터 실시한 ‘책읽기 3S운동’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스케줄이 무척 바쁜 이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 시교육청이 삼고초려를 했다는 후문.
3S운동은 ‘모든 직원이 매달 같은 책을 읽고 일체감을 형성하는 독서운동’을 뜻한다.
그동안 공병호(‘10년 후 한국’), 정재환(‘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 한비야(‘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김훈(‘칼의 노래’), 이시형(‘우뇌가 희망이다’), 최재천(‘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유태우(‘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황석영(‘바리데기’), 윤찬희(‘책 잘 읽는 아이가 영어도 잘한다’) 씨 등 주목받는 책의 저자를 순발력 있게 강단에 세웠다.
5월에는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저자 공지영 씨와 만났다.
이 독서운동을 시작한 것은 대구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하고 있는 ‘아침독서 10분 운동’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직원과 교장들은 한 달 전에 알려주는 책을 미리 읽고 강연에 참석한다.
신상철 교육감도 3S 강연이 열리는 시간은 다른 일정을 잡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이 교수는 “대구의 독서 열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대구시교육청의 독서 행사에는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호응도도 높다. 신명고 박창우(57) 교장은 “교육의 힘은 결국 생각하는 힘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으며, 시교육청 직원 최정남(43) 씨는 “대구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저자와 함께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이상현(44) 장학사는 “출판되는 책 가운데 초청할 저자를 고르고 또 고른다. 3S 책읽기가 저자 초청 강연회의 모범이 되도록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14일에는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를 쓴 등반가 엄홍길 씨가 자신의 등반 인생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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