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53>鏡裏拈花, 水中捉月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鏡(경)은 거울 또는 본보기나 모범의 뜻이 있다. 眼鏡(안경)이나 望遠鏡(망원경)처럼 쓰이며, 동사로는 거울삼아 비추어보다의 뜻이 된다. 鏡花水月(경화수월)은 거울 속의 꽃과 물에 비친 달로, 허황된 幻影(환영)을 비유한다. 裏(리)는 衣(의) 중간에 里(리)가 있는 형태로, 안이나 내부 또는 속마음을 뜻하며 表(표)와 상대적이다. 裡(리)로도 쓴다.

拈(념)은 손가락으로 집거나 따다의 뜻이다. 拈花示衆(염화시중)은 꽃을 집어 대중에게 보이다의 뜻으로, 말에 의존하지 않는 以心傳心(이심전심)을 의미한다. 석가모니가 꽃을 따서 대중에게 보였는데, 다른 이들은 그 뜻을 모르고 가섭만이 알아차리고 미소로 대답하였으므로 그에게 불교의 진리를 전했다고 한다. 拈花微笑(염화미소)도 같은 의미이다.

捉(착)은 손에 쥐다 또는 체포하다의 뜻, 捕捉(포착)처럼 파악하다 또는 기회나 틈을 이용하다의 뜻이 있다. 우리 속담에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내다가 손해 보는 것을 비유하는 捉山猪失家猪(착산저실가저)라는 말이 있다. 멧돼지 잡다가 집돼지 잃는다는 말이다.

세상일이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되는 것보다 월등히 많다. 그런데 거울 속의 꽃이나 물에 비친 달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으로 사랑도 있다. 이 구절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거울을 깨고, 물에 빠질 것 같은 불안한 정서와 함께.

안타까운 사랑은 문학과 예술로 승화되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리하여 성공적인 사랑보다 더욱 많은 아낌을 받는다. 당장의 현실만 아니라면, 사랑의 안타까움은 일종의 쾌감일 수 있다. 지나간 안타까운 사랑의 기억이 지금에는 소중한 쾌감이 아닌가. 宋(송) 黃庭堅(황정견)의 ‘沁園春(심원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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