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감시받던 조선 출판사…‘회동서관’ 등 1910년대 사진 발견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회동서관의 1915년경 사진. 사진 제공 남석순 교수
회동서관의 1915년경 사진. 사진 제공 남석순 교수
1910년대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사였던 회동서관(회東書館)의 전경 등 당시 대표적 근대 출판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13점이 발견됐다.

출판학을 연구하는 남석순 김포대 교수는 회동서관, 광학서포(廣學書鋪), 보급서관(普及書館), 수문서관(修文書館), 박학서원(博學書院) 등 서울 종로 일대의 출판사 12곳의 설립 초기 시절의 사진을 찾아내 1일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독립기념관에서 발굴한 회동서관의 1915년경 사진. 일본군이 총을 들고 회동서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남 교수는 “무장 일본군의 모습에서 한국 출판에 대한 일제의 탄압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는 “일제 때 종로 일대의 출판사는 지식인의 회합 장소였다”며 “일제가 회동서관의 책들을 압수해 갔다는 얘기를 선배 출판인들로부터 들었는데 그 정황을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회동서관은 1897년 서적상으로 시작해 1907년 출판사로 전환했으며 1909년 종두법 창시자 지석영이 쓴 근대적 옥편 ‘자전석요(字典釋要)’를 출간해 10만 부 이상 팔았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광수의 ‘무정’을 비롯해 소설과 번역서, 교양서 등 200여 종의 도서를 발행하며 크게 성장했으나 일제 탄압으로 사세가 꺾이면서 1950년대 문을 닫았다.

나머지 12점의 사진은 1913년 일제가 발행한 잡지 신문계(新文界·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에 수록돼 있던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사진을 살펴본 이종국(한국출판학회 명예회장) 혜천대 교수는 “출판 초기 역사에 대한 사진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사진들은 1910년대 출판서적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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