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들도 ‘촛불’앞에 갈라지나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음식점 문 닫을 판” 서울 종로구의 음식점 주인들이 1일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연일 이어진 촛불집회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거리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열고 있다. 신원건 기자
“음식점 문 닫을 판” 서울 종로구의 음식점 주인들이 1일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연일 이어진 촛불집회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거리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열고 있다. 신원건 기자
진보성향 단체 쇠고기 집회 가세… 보수성향 단체들 맞대응 움직임

정부, 종교단체 다각접촉 정국 안정 협조 당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이 집전한 시국미사가 끝난 1일 오후 8시경 4000여 명의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다시 차도를 점거하고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행진은 ‘평화와 침묵’을 주제로 내건 까닭에 구호나 노래, 방송 차량도 없었다.

사제단 소속 신부 20여 명과 수녀 50여 명이 한 손에는 순결의 상징인 백합을,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대열을 이끌었다. 시위 참가자와 차량 운전자가 말싸움이라도 붙으면, 주변 시위 참가자들이 “죄송하다. 그냥 지나가 달라”며 충돌을 막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인국 신부는 행진에 앞서 “한 경찰관으로부터 ‘어제는 거의 두 달 만에 일찍 귀가해 가족 얼굴을 볼 수 있어 고마웠다’는 편지를 받았다. 오늘도 사랑하는 전의경과 경찰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자”고 당부했다. 김 신부는 오후 9시경 “조금이라도 잘못을 하면 불법으로 낙인이 찍히니 조심하자.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사제단에 이어 진보 성향의 기독교와 불교 단체들도 잇달아 대규모 종교 행사를 갖는다. 보수 성향의 성직자들은 이들을 비판하고 나서 종교계 내부의 보혁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정부는 축소되어 가던 촛불집회가 다시 본격화될까 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객원기자

▽진보 종교단체 행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번 주를 ‘공권력 폭력에 대한 기독교 행동주간’으로 선포하고 소규모 기도회를 3일까지 연다. 4일 오후 4시에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성당에서 대규모 시국기도회도 하기로 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로 구성된 시국법회추진위원회도 4일 서울광장에서 시국법회를 개최한다.

경찰은 최근 정부의 강경한 시위 대응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간부들에 대한 검거가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종교 행사는 집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현실적으로 경찰의 원천봉쇄가 불가능하다.

행사 뒤 이어지는 도로 점거 및 거리 행진은 불법이지만 주최 측이 종교계란 특수성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막기 어렵다.

사제단의 시국 미사가 시작되면서 폭력시위로 끝을 맺던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을 경찰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보수 종교단체 움직임=이에 맞서 보수 성향의 종교단체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결성된 ‘대통령을 위한 기도 시민연대(PUP)’는 2∼6일을 대통령을 위한 특별 금식기간으로 정한 데 이어 19일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정기 기도회’를 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1일 논평을 내고 “촛불시위가 과격 폭력시위로 변질되고 있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며, 현 상황에서 폭력은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과 대한민국에 유익이 될 수 없음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대각사 주지인 장산 스님은 “좌우로 나뉘어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에 종교인들까지 나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심=고위 관계자들이 종교계 지도자들을 직접 만나 정국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25일 불교 조계종을 시작으로 7대 종교 지도자들을 예방해 시국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종교계와 접촉면을 늘려갈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국법질서를 바로잡는 의무를 다해 나가겠지만, 종교지도자들도 나라가 어렵다고 걱정이 많으신 만큼 폭력은 안 된다고 설득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엄신형 목사를, 3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를 만나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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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성 집회로 영세상인 피해 커”

26개 소상공인聯-세종로 음식점 주인들 “시위자제” 호소

반(反)정부 불법폭력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영세 상인들의 호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는 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역 회의실에서 ‘1200만 소기업소상공인 생존권 수호를 위한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시위 참가자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시위로 인한 피해는 힘없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보고 있다”며 시위 중단을 호소했다.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는 대한제과협회, 한복진흥회 등 26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사단법인이다.

박인복 연합회장은 “소모성 집회는 끝내고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주기를 1200만 소기업소상공인 가족은 진심으로 호소한다”면서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되 국정 공백을 초래하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중히 단속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서민 경제가 지금 파탄 직전이니 하루빨리 국회로 돌아와 민생 법안들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 소속 상인 100여 명은 1일 오전 7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교보생명빌딩 앞 인도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위 자제 촉구 캠페인을 벌였다.

배성한 종로구지회장은 “촛불집회가 지속된 지난 두 달간 광화문 인근 음식점들의 매출이 평상시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더 참으면 생존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돼 거리에서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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