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해 첫 오페라가 공연됐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그러나 장소는 2000석 가까운 오페라극장이 아니라 500석 규모의 작은 토월극장이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 화재로 보수작업 중이어서 올해 작지만 뜨거운 소통이 있는 ‘소극장 오페라’가 각광을 받고 있다.
10∼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427석)에서는 ‘제10회 서울국제소극장오페라축제’(02-6223-5312)가 열린다.
국립오페라단도 23일∼8월 1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비제의 ‘카르멘’(02-586-5282)을 공연한다.》
○ 실험이 가득한 소극장 오페라
뒤틀기와 전복, 모색과 실험…. 지난달 30일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리골레토’는 소극장 오페라의 참 맛을 보여주었다. 리골레토는 늘 봐오던 중세 이탈리아 만토바 궁정의 광대가 아니었다. 무대는 20세기 홍콩의 난민촌. 보트피플인 리골레토는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파티장에서 일하는 요리사다. 자본과 권력에 휩쓸려 딸 질다를 어처구니없이 잃어야 하는 리골레토를 통해 베르디의 작품은 현대인의 부질없는 삶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변화했다.
연출가 장수동 씨는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던 ‘리골레토’는 꼽추에다 절름발이인 리골레토의 발걸음에 맞게 음악을 썼다”며 “그런데 요즘엔 대극장에서 공연하다 보니 걷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뛰라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10회째인 서울국제소극장오페라 축제는 적은 비용으로 젊은 연출가와 가수들이 맘껏 실험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돼 왔다. ‘라 보엠’의 무대를 서울 신촌의 독수리다방이나 다락방 서점, 신촌역으로 옮긴 ‘서울 라보엠’을 비롯해 ‘팔리아치’의 배경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뒤 서커스단으로 바꾼 ‘팔리아치-도시의 삐에로’ 등 우리 현실에 맞게 오페라를 연출했다. 이건용 씨의 ‘봄봄봄’ ‘동승’ 등 창작오페라 초연 무대의 역할도 톡톡히 해 왔다.
○ 보기 어려운 작품들의 축제
“당대 경쟁자였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황제는 두 사람에게 ‘오페라는 어떻게 탄생하는가’하는 주제로 오페라를 작곡할 것을 주문한다. 살리에리는 ‘음악이 먼저?! 말이 먼저!?’를 내놓았고, 모차르트는 ‘극장지배인’을 내놓아 대립과 음모로 점철된 오페라계를 비꼬았다. 결과는 살리에리의 승리였다.”
이 사건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운명을 갈랐다. 살리에리는 당시의 승리에 안주해 별 다른 작품을 남기지 못했고, 모차르트는 패배를 갚으려는 치열한 노력 끝에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제10회 서울국제오페라축제에서는 17∼20일 모차르트의 ‘극장지배인’, 살리에리의 ‘음악이 먼저?! 말이 먼저!?’와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티브가 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림스키 코르사코프 작) 등 세 작품이 국내 최초로 한꺼번에 무대에 오른다.
10∼13일에는 결혼 소동을 담은 ‘리비엣따&뜨라꼴로’(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 ‘늪의 꼬마도깨비 이야기’(일본동경가극단), 24∼27일에는 창작오페라 ‘봄봄봄’(세종오페라단), ‘결혼’(예울음악무대)이 공연된다.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은 싼 가격. 1만∼5만 원이면 볼 수 있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의 ‘마이 퍼스트 오페라-카르멘’은 학생의 경우 5000원짜리 티켓도 있어 “영화보다 싼 오페라”를 표방하고 있다.
오페라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베르디나 푸치니 같은 늘 고정된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평소 볼 수 없던 레퍼토리와 실험적 연출을 볼 수 있는 것이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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