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 경당지구의 책임조사원 권오영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의 하소연이다.
경당지구는 2000년 풍납토성이 한성 백제(기원전 18년∼기원후 475년)의 왕성임을 증명하는 유물과 유구(건축물의 구조를 보여주는 흔적)가 나왔지만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일부가 굴착기로 유적을 훼손하면서 발굴이 중단됐다가 8년 만인 3월에 재개됐다.
지난달 30일 백제 전역에서 생산된 토기가 가득 묻혀 왕실 제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우물 형태의 유적이 공개되는 등 한성 백제의 위용을 증명하는 유물과 유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문제는 발굴 종료가 7월 중순으로 다가왔는데도 문화재청, 서울시, 송파구가 유적 활용 계획도 세워놓지 않고 있다는 점. 권 교수에 따르면 이곳은 사적(제11호)이지만 문화재청이 서울시에 관리를 의뢰했고 서울시는 송파구에 관리를 의뢰해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 권 교수는 “이 때문에 책임지는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당지구에서 발견된 유물과 유구를 전시해 백제 왕성의 면모를 보여주는 전시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또다시 흙으로 덮는다면 풍납토성을 ‘죽은 유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풍납동 주민들도 발굴만 계속하고 이곳을 폐허처럼 놔두려면 무엇 때문에 문화재로 보존하고 그로 인해 자신들도 재산권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유적이 계속 나오면서 풍납토성의 가치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관련 기관이 나서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옛사람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은 지금 우리와 후대에게 희망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발굴 끝났으니 다 묻어버리겠다’고 말한다면, 수년간 참고 기다려온 주민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권 교수의 말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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