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팬 몰고 다니는 남성 배우들 주도
뮤지컬 배우들의 발길이 연극 무대로 이어지고 있다.
‘나생문’의 이건명, ‘침향’의 성기윤 이경미, ‘썸걸즈’의 이석준, ‘여보, 고마워’의 서범석 씨 등 뮤지컬계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기를 모은 이들이 연극에 출연했다. ‘뮤지컬이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뮤지컬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이들이 연극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연극 ‘나생문’에서 무사로 출연해 연극 무대에 데뷔한 이건명 씨. 그가 연극에 마음을 둔 이유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다.
“어렸을 때는 노래와 춤만으로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뮤지컬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연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깊이 있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서울 대학로 이다극장의 연극 ‘여보, 고마워’에 출연하는 서범석 씨도 “뮤지컬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연극 무대에 서봐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적 요소를 내세우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징도 한 요인이다. 대학로 정미소극장의 ‘썸걸즈’에 출연 중인 이석준 씨는 “‘지킬 앤 하이드’나 ‘쓰릴미’와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김종욱 찾기’ 같은 창작 뮤지컬이 모두 음악성보다 드라마적 스토리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다”면서 “연극을 하게 되면 이러한 특징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명 씨도 “연극을 하며 대본을 분석하는 힘이 강해졌다. 인물을 구상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극에 뛰어드는 대부분의 뮤지컬 배우가 남성이라는 것이다. 기획사 측은 공연계의 주 관객층인 20, 30대 여성들의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는 연극배우보다 티켓 파워가 강한 데다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보다 티켓 파워가 강하기 때문이다. 여성 팬들이 단체 관람을 많이 한다는 것도 한 이유다.
나온컬처의 김보림 팀장은 “뮤지컬 남자 배우들의 팬들은 여성들의 단체 관람을 흡인하는 데다 여성 팬들은 첫 공연, 중간 공연, 마지막 공연 등 세 번씩 보러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남자 뮤지컬 배우들의 캐스팅에 따라 공연 초기 흥행 수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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