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자동차기술자 카를 벤츠가 1886년 7월 3일 만하임에서 공개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엔진 자동차 ‘벤츠 페이턴트 모토바겐’의 제원이다.
앞바퀴가 하나인 이 차는 혁명적이었지만 한계가 많았다. 7년 뒤 4바퀴 자동차 ‘빅토리아’에 이르러 제대로 된 차의 모습을 갖췄다. 최고 시속은 35km.
본격적인 자동차의 시대가 열린 데는 경쟁이 일등공신이었다. 고틀리에프 다임러가 1890년 다임러자동차회사를 세우면서 신규 진입했고 6년 뒤 최초의 트럭을 만들었다. 이어 1896년 처음 엔진을 차 앞쪽에 배치한 승용차 ‘피닉스’를 발표했다.
오스트리아의 사업가 에밀 옐리네크는 1900년 다임러의 새 모델 차량 36대를 사겠다며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미국 등지의 대리점 영업권을 달라는 것, 둘째는 차에 자신의 딸 ‘메르세데스’의 이름을 붙여 달라는 것이었다.
다임러는 제의를 받아들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메르세데스란 이름의 차는 큰 인기를 끌었다. 1902년 나온 메르세데스 심플렉스는 4기통 40마력 엔진으로 최고 시속 75km를 냈다. 다임러에 추월당한 벤츠는 18마력 엔진을 얹은 최고 시속 60km짜리 ‘파지할’ 세단을 내놓으며 추격에 나섰다.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독일의 자동차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극심한 불황으로 이들 라이벌은 동시에 경영난에 봉착했고 1926년 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 벤츠가 경영을 맡았고 브랜드 이름은 ‘메르세데스 벤츠’로 정했다. 상표는 1916년부터 다임러가 써 온 ‘세 꼭지별’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에도 다임러 벤츠는 세계 최초의 기록들을 이어갔다. 1935년 디젤 승용차, 1930년대 말에는 안전도어 잠금장치를 처음 개발했다. 1959년에는 안전벨트를 처음 장착했다.
두 회사 통합 72주년이던 1998년 5월 다임러 벤츠는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3위의 거대 자동차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9년 뒤인 지난해 다임러는 크라이슬러를 팔아야 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크라이슬러가 벤츠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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