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 돈처럼 관리하세요”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7분


‘마지막 강의’를 한 랜디 포시 미국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여섯 살, 세 살 아들과 이제 18개월 된 딸을 둔 아버지다.

포시 교수와 그의 아내는 어린 아이들에게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의 시한부 인생을 아직 알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가 그들과 눈을 마주치는 매 순간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76분 분량의 그의 마지막 강의는 웹사이트(www.cs.cmu.edu/∼pausch)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요즘 근황도 업데이트된다. 마지막 강의 사이트(www.thelastlecture.com)에는 그의 쾌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메시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 마지막 강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내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강의의 제목은 ‘당신의 꿈을 실제로 이루기(Really 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s)’였다.

● 당신은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포시 교수는 어느 날 식료품 상점의 셀프 계산대에서 직접 계산하다가 16달러55센트짜리 영수증 두 개를 발급받았다. 기계가 잘못돼 두 번 계산된 것이었다.

이때 포시 교수는 환불받지 않고 그냥 상점을 나왔다.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환불을 받기 위해 15분 정도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헛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인 셈이다.

그는 시간은 돈처럼 명쾌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와 짧게 전화하고 싶다면 점심시간 직전인 오전 11시 55분에 전화하란다. 점심 식사를 앞둔 시간이어서 상대방이 빠른 속도로 용무를 말할 것이므로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포시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이 쉽게 잊혀지지 않도록 돌고래와 수영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있다. ‘마지막 강의’의 국내 번역자 말처럼 그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많은 사람들은 바라고 있다.

● 포시 교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영화 ‘버킷 리스트’와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본 김지은 FMK 홍보팀장은 말한다.

“일 때문에, 시간 때문에, 가족 때문에…. 언제나 무엇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고 핑계를 대 왔어요. 하지만 마지막 강의를 접한 뒤 내 생활은 바뀌었죠. 주말에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고 피아노를 칠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그녀는 회사뿐 아니라 개인생활에서도 할 일을 4가지로 구분해 적어 둔다고 한다. 중요하고 다급한 일, 중요하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는 일, 중요하지는 않지만 다급한 일, 중요하지도 다급하지도 않은 일 등.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이 배도록 노력하니까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시간이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녀는 최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도 생각해 봤다.

북극과 실크로드를 여행하기, 자신이 홍보하는 페라리 자동차를 타고 멋지게 달리기, 스카이다이빙,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번지 점프 하기, 하늘을 닮은 색으로 머리 염색하기, 드럼 배우기, 마돈나 만나 보기….

포시 교수는 “최선을 다하면 꿈을 좇지 않아도 그 꿈이 오히려 나를 찾아온다”고 했다. 우리는 얼마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을까.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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