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타 떠오른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역 정성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의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은 당신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영리한 배우”라고 한다.
사람마다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스완과 나는 ‘올슉업’에서 처음 만나서 죽이 잘 맞았다. 개그맨 생활을 해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은 마음에 들어하겠지, 혹은 싫어하겠지’라는 판단이 빠르다.
―함께 일했던 배우들에게 당신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이 “남을 빛나게 하는 배우”라고 말한다. 비결이 뭔가.
내가 가진 모토가 ‘보이려 하면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내가 튀려고 상대의 기를 눌러 버리면 결국 내가 죽는다.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고 떠받들어 주면 나도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라디오스타’에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는 노래가 있지 않은가.
―‘맨 오브 라만차’에서 원래 산초 역으로 캐스팅됐는데 거절하고 돈키호테로 오디션을 응모해 배역을 따냈다고 알고 있다. 그 정도로 그 역이 필요했는가.
사실 산초도 자신 있었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모든 남자배우가 하고 싶어 하는 역이다. 세기의 명작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어필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오디션 전날 산초를 권하는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에게 “돈키호테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그럼 실력으로 증명해 봐라”고 말하더라. 그래놓고는 술을 밤새도록 먹이고 다음 날 8시간 동안 오디션을 보게 했다. 세상에, 원.
―지난해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돈키호테 역으로 조승우와 더블 캐스팅 됐다. 조승우의 ‘돈키호테’는 희화적인 면이 두드러져 보였고 당신의 돈키호테는 진지한 면이 두드러져 보였다.
이 작품은 돈키호테가 죽음으로써 비극적인 결말이 나오지만 전체적으로는 희극이다. 돈키호테가 비극적으로 흐를수록 전체적으로 희극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관객을 향한 가벼운 쇼맨십 같은 것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더 뮤지컬 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으로 유력한 후보였는데 결과는 조승우였다. 발표가 났을 때, 심정이 어땠는가.
(조금 생각한 후) 솔직히 속상했다. 다행히 승우가 “정성화 형에게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고맙게 이야기해 줘서 기대했던 주변인들이 해갈을 했다. 상이야 언제고 받으면 된다. 평생 할 건데….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의 목표와 지금 목표가 다를 것 같다.
“요즘 잘된다더라” “돈 많이 번다더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이게 목표는 아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솔직히 목표라는 게 없다. 그저 나이 들어서도 잘하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굳이 말하자면 매 공연 성공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당신은 개그맨 출신인데 노래를 참 잘한다. 비결이 뭔가.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노래를 무척 즐긴다.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됐다. 찬송가가 533장까지 있다. 찬송가 한 권을 다 독파하면 전 세계 음악을 다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성가대 활동 전까지는 노래 잘 한다는 칭찬을 못 들어봤다. 가장 먼저 발견해준 것은 교회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나쁜 짓 하면 안 된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