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55>海闊從魚躍, 天空任鳥飛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闊(활)은 廣闊(광활)처럼 넓다는 뜻이다. 멀거나 크다는 뜻과 성격 따위가 시원시원하다는 뜻도 있다. 闊步(활보)는 큰 걸음으로 당당하게 걷는 것이다. 快闊(쾌활)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마음이 넓다는 뜻으로, 명랑하고 활발하다는 快活(쾌활)과는 뜻이 다소 다르다. 활(활)은 속자이다.

從(종)은 順從(순종)이나 從屬(종속)처럼 따르다 또는 따르게 하다의 뜻 외에, 내버려 두다의 뜻도 있다. 뒤의 任(임)도 任務(임무)나 任用(임용)처럼 맡다 또는 맡기다의 뜻 외에 마음대로 하게 맡겨 두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모두 ‘∼가 ∼하도록 내맡겨 두다’ 정도의 의미이다. 위와 같이 대구를 이루는 두 구절에서 짝이 되는 글자들은 그 문법적 역할이 같을 뿐만 아니라 의미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躍(약)은 跳躍(도약)처럼 뛰다의 뜻이다. 一躍(일약)은 단번에 높이 뛰어오름을 가리킨다. 鳶飛魚躍(연비어약)은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으로, 온갖 동물이 생을 즐기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空(공)은 구멍이나 구덩이를 뜻하는 穴(혈)이 부수로서 의미와 관련되고, 工(공)은 발음요소이다. 본뜻은 구멍이며, 비거나 헛되다는 뜻, 없거나 빈궁하다는 뜻, 허공이나 하늘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텅 비고 넓다는 뜻으로 앞의 闊(활)과 짝이 된다.

바다는 그 광활함으로 온갖 물고기가 마음껏 뛰놀게 해준다. 하늘은 그 공활함으로 온갖 새들이 마음껏 날게 해준다. 넓고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처럼 도량이 클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드넓은 자연을 자주 보면 조금은 마음이 시원스레 트이지 않을까? 宋(송) 阮閱(완열)의 ‘詩話總龜(시화총귀)’에 보인다. 구절 앞부분이 大海(대해)와 長空(장공)으로 된 것도 있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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