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엄마, 아빠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우리 아이와 사귀어도 좋은’ 친구의 조건은 뭘까.
혹시 아이들의 마음씨와 성격보다는 물질적 환경을 잣대로 삼는 건 아닐까. 엄마 아빠 다 있는지, 부모 직업은 무엇인지, 아파트 평수는 얼마나 되는지….
이 책은 그런 것보다 친구의 진심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조금 특이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며 진심 어린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동화다.
현수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침. 큰누나, 작은누나가 현수 세수시켜 주랴, 밥 먹여 주랴, 옷 입혀 주랴 바쁘다. 큰누나는 벌써 대학 졸업반, 작은누나는 대학 2학년이다. 현수 엄마는 마흔여덟 살. 현수는 늦둥이다.
같은 날 경수네 집. 경수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인데도 경수 아빠는 늦잠이다. 경수 아빠는 이제 스물일곱 살. 공익근무요원이다. 경수 아빠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경수 할아버지가 큰 병에 걸려 아들이 결혼하는 걸 죽기 전에 꼭 봐야겠다고 하셨고 경수 아빠는 경수 엄마와 결혼했다. 하지만 경수 엄마는 경수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수는 이른둥이다.
입학식에서 만난 현수와 경수는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고 다툼이 현수 엄마와 경수 아빠에게로 번진다. 현수 엄마는 경수 아빠를 버릇없는 경수 형이라 부르고, 경수 아빠는 현수 엄마를 깐깐한 현수 할머니로 생각한다.
그러나 경수, 현수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짝꿍이 된 둘은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경수는 늦둥이라 응석받이인 현수에게 혼자 하는 법을 알려 주고 현수는 엄마가 없어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경수에게 같이 라면을 먹자고 말한다. 또 현수는 카레라이스를 만들 줄 아는 경수가 부럽고, 경수는 현수를 불러 아빠와 같이 레슬링을 하고 싶다.
어찌 보면 경수는 이른바 결손 가정의 어린이다. 하지만 작가는 경수를 씩씩하고 밝은 어린이로 그렸다. 결손 가정이라고 꼭 어두운 건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경수는 오히려 예의 바르고 낙천적이다. 이 동화는 경수의 그런 면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결손 가정이라는 환경으로 경수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
유쾌하고 선명한 그림이 인상적인 이 동화는 어른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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