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56>審其好惡, 則其長短可知也

  • 입력 2008년 7월 7일 02시 59분


審(심)은 자세하다 또는 자세히 살피다의 뜻이다. 분명하다는 뜻도 있다. 집을 뜻하는 면(면) 아래에 동물의 발자국인 番(번)이 있으니 자세히 분별할 수 있고 또 분명하다. 番(번)의 윗부분은 동물 발바닥과 발톱을, 아랫부분은 발자국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차례나 횟수의 뜻은 본뜻과는 무관하게 뒤에 부가된 뜻이다. 審問(심문)은 자세히 따져 물음, 審議(심의)는 심사하고 토의함, 審美眼(심미안)은 미를 분별하여 아는 눈이다.

好(호)는 좋아하다 또는 즐기다의 뜻이다. 善(선)과 상대적인 惡(악)은 憎惡(증오)처럼 미워하다 또는 싫어하다의 뜻이면 ‘오’로 읽는다. 의문사로서 어디 또는 어찌하여의 뜻으로도 쓰이는데, 그때도 ‘오’로 읽는다. 好惡(호오)는 좋아함과 싫어함을 뜻한다.

長(장)은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을 본뜬 것이다. 短(단)은 화살인 矢(시)가 의미 요소인데, 짧은 것을 잴 때 화살을 표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여기서의 長短(장단)은 강점과 약점 또는 장점과 단점을 가리킨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품성이 지닌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다. 재능 역시 마찬가지이다. 재능이 있으면 그것을 좋아하고 반대로 재능이 없으면 흥미도 없다. 따라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자세히 살피면 그의 품성이나 재능상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다.

타고난 품성이나 재능에 맞는 일은 좋아하기 마련이고, 좋아하면 또 잘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훌륭한 성과를 내는 요점은 무엇보다도 그 일을 하는 이가 그것을 좋아하는 데에 있다. 그것은 좋은 대우에 우선한다. 병자를 간호하고 그림을 그리는 이만이 그렇지는 않으리라. 管仲(관중)의 이름을 빌린 위작이지만 역시 고전에 속하는 ‘管子(관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