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나온 광대의 예상치 못한 중국어 대사에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가 객석을 흔들었다. 5일 저녁 뮤지컬 ‘왕의 우인(優人), 공길’이 열린 중국 베이징 세기극원(1700석)의 객석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 ‘왕의 우인’은 중국 정부가 올림픽 사전행사로 연 문화행사 ‘미트 인 베이징(Meet in Beijing)’에 참여했다. ‘왕의 우인’은 영화 ‘왕의 남자’로 잘 알려진 연산군과 광대 공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해 경희궁에서 ‘공길전’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지기도 했다. ‘우인’은 중국어로 ‘광대’를 뜻한다.
‘왕의 우인’은 뮤지컬 장르가 생소한 중국에서도 인지도가 제법 높은 작품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공연을 가져 한국 뮤지컬로서는 가장 많은 공연 횟수를 갖고 있다.
공연 중 들락날락거리는 것은 예사고 전화통화에 사진도 찍는 등 산만한 경우가 가끔 보인다는 중국 관객들이지만 ‘왕의 우인’에서만큼은 집중도와 호응도가 높았다.
관객들은 막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쏟아냈으며 목을 길게 빼고 무대 양편에 설치된 자막을 쳐다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장생이 처형대에서 공길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훌쩍이는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중국에서 5년째 유학 중인 정재원(30) 씨는 “중국에도 영화 ‘왕의 남자’가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의 새로운 시도도 중국 관객들의 입맛에 맞았다. 사건의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이전 공연에서는 없었던 성종, 인수대비, 폐비윤씨, 엄귀인, 정귀인 등 다섯 명의 혼령이 출연했다. 무대에 박, 목어 등 대형 악기들을 놓아 전통적 분위기를 강조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윤택 연출은 “중국 관객들은 전통 소재로 현대적 공연을 만드는 데 아직 서툴기 때문에 역사적 소재를 뮤지컬에 담은 것에 큰 흥미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을 처음 본다는 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