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안군이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협약을 맺고 군내에 첫 번째로 개관한 학교마을도서관입니다. 깊은 역사를 가진 줄포초등학교에 이런 자랑거리가 생긴 것이 더욱 기쁩니다.”(김호수 부안군수)
지난달 25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 줄포초등학교.
이날 줄포초교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은 묘한 흥분으로 넘실거렸다. 부안군에 처음으로 학교마을도서관이 생긴 데다 ‘작은 도서관…’과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프로젝트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과 협약을 맺은 것도 전북에서 처음이기 때문. 행사에 참석한 김 군수와 송경식 부안교육장, 김길중 교장 등은 “단순히 줄포초교만이 아닌 부안의 기쁨”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부안군과 부안교육청이 협약을 맺은 것은 5월 16일. 김 군수, 송 교육장과 ‘작은 도서관…’ 측은 이곳을 시작으로 부안군 내에 10군데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약속했다. 송 교육장은 “학교마을도서관이 학생에게는 꿈을 키우는 기회, 주민에게는 새로운 지역문화의 장으로 기능하길 기대한다”면서 “훌륭한 선배를 배출한 학교인 만큼 도서관 개관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줄포초교는 내년에 100주년을 맡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 훌륭한 선배란 이 학교 13회 졸업생인 미당 서정주 시인을 일컫는다. 현재 주변 4개 학교가 통폐합되는 바람에 농촌학교치곤 규모가 큰 209명(유치원생 23명 포함)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김 교장은 “훌륭한 문인을 배출해서 그런지 학생이나 주민 모두 독서에 대한 열의가 드높다”고 설명했다.
개관식에서 책 3057권을 지원받은 학교마을도서관은 학부모 모임인 ‘자녀를 사랑하는 모임’(자사모) 회원들이 운영을 책임진다. 도서관 정리는 물론 대출 반납 등에도 관여할 계획. 자사모 회원인 임성(46) 씨는 “학교마을도서관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집도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분위기로 바꾸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인근에 도서관은커녕 서점도 없었던 탓에 주민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정정환(39) 씨는 “동아일보 학교마을도서관 기사를 읽을 때마다 항상 부러웠다”면서 “정읍시나 부안읍까지 나가 책을 사던 불편을 해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 기념 주민 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한 이명자(39) 씨도 “항상 인터넷으로 아이들 책을 사야 했던 경제적 부담을 줄인 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교사로서도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은 큰 도움이 됐다. 채수빈 도서관담당 교사는 “교원능력 개발연구학교여서 그나마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왜 아쉬움이 없었겠느냐”면서 “교장 이하 교사들이 개관식 전부터 책을 빌려가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김 교장은 “주민들이 휴일과 야간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상시 개방하는 체제를 갖추도록 노력하겠다”며 “부안읍에 생긴 첫 학교마을도서관인 만큼 성공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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