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지식을 나눠주고 싶어서/하루 종일 나를 기다려요/가슴속 꿈 키워 주는/요술쟁이 도서관.”
3일 오후 전남 강진군 도암면 향촌리 도암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도암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이 학교 5학년 안현철(11) 군의 동시 ‘우리 도서관’ 중 일부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의 하나로 이날 125번째 학교마을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서 3001권(어린이 책 2199권, 어른 책 802권)도 기증됐다.
개관식에 앞서 마련된 독서교육 전문가 정석희(56) 씨의 강연회에는 3∼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등 90여 명이 참석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그 자리에서 눈에 띈 것은 맨 뒷자리에 앉아 정 씨의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 강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던 백발의 노부부였다.
이들은 현철 군의 조부모인 안평준(71) 한성금(67) 씨. 현철 군과 형인 철(6학년) 군, 동생 지수(3학년) 양은 싱글벙글 웃음 가득한 얼굴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연방 돌아봤다.
“막내가 지난주부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할머니 올 거지? 올 거지?’ 하는 거예요. 세 녀석이 번갈아 졸라대니 어디 못 간다고 할 엄두가 나나요. 이 양반이 아침부터 일어나서 더 서둘렀어요. 자기가 걸음을 빨리 못 걸으니까 일찍 나가야 한다면서….”
“세 놈이 모두 공부를 제법 잘해요. 기특하죠. 부모 얼굴도 못 보고 자랐는데 엇나가거나 어두운 구석도 없고. 집에서 할미가 두리번두리번 뭐 찾는다 싶으면 냉큼 쪼르르 달려가서 눈치껏 필요한 걸 가져와요. 저것들 없으면 우리가 못 살아요.”
세 남매는 안 씨 부부의 5남매 중 막내아들의 자식이다. 막내아들 부부는 세 아이를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기고 떠난 뒤 감감 무소식이다. 삼촌들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주는 게 안 씨 부부는 고맙고 행복하다.
첫째 철 군도 개관식에서 글짓기 상을 받았다. 지수 양은 오빠들이 받은 상을 번갈아 받아들고 2층 도서관 구석구석을 쏘다녔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느라 안 씨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은 흐뭇한 웃음이 만든 주름 사이로 사라졌다.
이날 개관식에는 박남영 강진교육청 교육장과 강진군의 읍·면장들이 참석해 독서문화 확대에 관심을 나타냈다.
학교마을도서관으로 개관하기 전 이 학교 도서관에는 7000여 권의 책이 있었다. 하지만 표지가 누렇게 변색된 책들 가운데 중복된 것이 많았다. 예전 서가에는 ‘콜럼버스 위인전’ 30여 권, ‘이야기 목민심서’ 20여 권 식으로 같은 책이 수십 권씩 꽂혀 있었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김수연 대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를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독서와 공부를 통해 겸손한 품성을 얻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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