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12첼로의 詩

  • 입력 2008년 7월 8일 08시 08분


베를린필 12첼리스트 내한공연

첼로다. 또 첼로다. 그리고 다시 또 첼로다.

인간의 육성을 가장 가깝게 모사할 수 있다는 악기, 첼로. 한 무대 위에 열두 대의 첼로를 늘어놓고 연주를 한다면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놀랍게도 이게 ‘장난’이 아니다.

12대의 첼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농락이라도 하듯 자유로이 한계를 넘나든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베이스의 현악기군과 개선장군처럼 빛나는 금관, 심지어 화사한 목관의 영역마저도 거침없이 침범한다.

그렇다. 12대의 첼로는 ‘첼로1×12’가 아닌 ‘첼로12=오케스트라’였던 것이다.

베를린필 12첼리스트가 2년 만에 한국의 음악팬들과 재회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내한해 어지간한 음악팬들에겐 오랜 친구처럼 익숙한 얼굴들이다. 무엇보다 팬들로선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내한 공연에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그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 ‘12첼리스트’인가? 사실 베를린필의 첼로주자는 모두 13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을 과감히 뺀 12첼리스트로 활동하는 데에는 ‘12라는 숫자의 완전함’ 때문이다.

1년은 12달, 황도십이궁과 동양의 십이지지, 아더왕과 12명 원탁의 기사, 그리스 올림포스의 12신, 그리스도의 12제자, 그리고 음악의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음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사상 처음으로 12첼리스트에 여성 멤버가 합류했다는 것으로 베를린필의 첫 여성 첼로주자 소렌느 케마렉이 그 주인공이다. 도저히 첼로의 음이라 상상하기 힘들만큼 드넓은 옥타브를 초고속 승강기처럼 오르내리는가 하면 악기통을 타악기처럼 두들겨대는 등 재치와 유머, 활기가 넘치는 12첼리스트의 음악에 섬세한 감수성이 더해지게 됐으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시커먼 까마귀 군단 속에 낀 한 마리 백조처럼 그녀의 모습은 빛날 것이다.

가브리엘라, 바흐로부터 피아졸라와 듀크 엘링턴에 이르기까지 고전과 현대, 재즈, 팝을 룰루랄라 넘나드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포레의 파반느, 글랜 밀러의 문라잇 세레나데,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쇼스타코비치의 서정적 왈츠 등 레퍼토리에 관한 한 왕성한 ‘식욕’을 과시할 예정이다.

‘첼로의 12사도’ 베를린 12첼리스트. ‘막달라 마리아’를 새로운 사도로 받아들인 12제자의 음악 전도여행은 10일 서울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시] 7월 10(목), 11(금)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68-1515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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