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5년 美‘원숭이 재판’

  • 입력 2008년 7월 10일 03시 00분


미국 테네시 주의 데이턴에 5000여 명이 몰렸다. 주민 1800명의 작은 마을이 갑자기 시끌시끌했다.

상인들은 인파 속에서 성경, 장난감 원숭이, 핫도그, 레모네이드를 팔았다. 목사들은 침팬지 모습의 전시물 사이를 돌아다니며 설교에 열중했다.

레아 카운티 법정의 ‘원숭이 재판’은 엄숙하기보다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1925년 7월 10일이었다.

피고인은 존 토머스 스콥스. 25세의 고교 과학 교사였는데 테네시 주의 버틀러 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3월에 통과된 이 법은 인간이 신의 피조물임을 부인하거나 동물로부터 진화했다는 어떤 이론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스콥스는 법의 문제점을 알리려고 학교에서 일부러 진화론을 가르쳤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그를 도왔다. 약자 변론으로 유명한 클래런스 대로가 변호를 맡았다.

검사는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민주당 대선후보로 세 번이나 출마한 경력을 가진 거물이 나서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판의 하나가 열리게 됐다.

존 라울스턴 판사는 다음 날부터 재판을 법원 잔디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방청석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오자 건물 바닥이 무너질까 봐 내린 결정이었다.

브라이언은 “유럽의 원숭이가 우리의 조상이냐”고 주장했고, 대로는 “이브가 진짜로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느냐”고 맞섰다.

진화론에 대한 전문가의 과학적 설명을 변호인이 증거로 제시했지만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콥스에 대한 재판이지, 법 자체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대로는 7월 21일 마지막 진술을 하면서 유죄 평결을 요청했다. 항소를 한 뒤에 문제를 계속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배심원단은 8분간 검토한 뒤 유죄평결을 내렸다. 벌금으로 100달러를 내도록 했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보수적 색채가 강한 테네시 주의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였다.

테네시 주 대법원은 2년 뒤 이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8년 비슷한 내용의 아칸소 법이 수정헌법 1조(언론자유 규정)를 위반했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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