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이소연 “외계인? 프러포즈 없어요. 김연아! 우리 떡볶이 한번 먹자”

  • 입력 2008년 7월 10일 07시 41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을 만나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30) 씨가 9일 동아일보를 찾았다.

이 씨는 동아일보의 초청을 받아, 동아미디어센터 9층 회의실에서 동아일보 직원들을 상대로 2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이소연 씨는 이에 앞서 본사 임원실을 방문,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의 사인이 들어간 액자사진을 선물했다.

김학준 회장은 이소연 씨에게 “우리나라 우주인이 탄생한 것이 너무 반갑고 축하할 일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느낌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이 씨는 “지구는 예쁜 구슬 같았다. 동아일보가 우주인의 교체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는 사실을 외신 기자를 통해 들었다”고 대답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 신분인 이 씨는 ‘제2의 이소연’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어린이들을 만나고, 우주인으로서 겪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9일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에서 이소연씨의 뒷얘기를 들었다.

○ ‘유관순’이 된 이소연…난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난다

이소연 씨는 금메달리스트들이 우는 장면을 TV에서 보면 이해를 못 했다. ‘저들은 연기를 하나’ 의심도 했다. 우주인이 된 뒤 달라졌다. 태극기만 바람에 흔들려도 울컥 눈물이 난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형마트 앞에 걸린 국기만 봐도 눈물이 찔끔거리는 게 요새 이소연 씨의 모습이다.

2008년 3월 26일 바이코누르로 이동한 날, 베란다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네가 유관순이냐? 이렇게 울게?” 자신한테 물음을 던졌다. 귀환행사 때도 눈과 코가 빨개졌다.

우주인으로 일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게 사람이라고 느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사람 마음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요새는 마음으로 진 빚은 갚기 힘들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러시아 친구들에게도 이번에 진 빚을 어떻게 살면서 갚을 수 있을까’ 그게 인생의 화두가 됐다.

○ 나는 우주인이지 외계인이 아니에요.

이소연 씨는 아직 국내에 있는 게 실감이 안 난다. 가끔은 우주를 갔다 온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우주인 친구들끼리는 서로 “너 우주 갔다 온 거 아니야”라고 서로 놀린다.

복잡한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시 우주로 돌아가고 싶다. 어릴 적보던 ‘스타트렉’이나 ‘브이’에 등장하던 근사한 우주인은 없지만 친구들이 있다. 우주인은 이제 이소연 씨의 영원한 벗이다.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에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착륙했을 때였다.

우주선이 카자흐스탄에 착륙했을 때 그 주변 유목민들이 모두 구경나왔다. 유목민들은 “불덩이가 떨어졌는데 벌레가 기어 나온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걷는 자세는 앞으로 구부정하고, 모두 지쳐서 땅바닥에 누워있으니 유목민들이 다가와 툭툭 발로 쳐보았다.

말할 기운도, 설명할 의지도 없어서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말도 통하지 않았다. 그 마을 촌장인 듯한 분이 중재를 해서, 유목민들이 결국 우주인 대신 우주선 안의 짐을 챙겨줬다. 한국과 연락이 두절된 20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어머니는 딸이 죽은 줄 알고 대성통곡하고, 방송에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 씨는 “그 순간이 제일 재미 있었다”고 회상한다.

얼마 후 도착한 관계자들은 사건 현장을 표시하고,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해서 유목민들이 도리어 당황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언론에 많이 노출됐지만, 특별한 ‘구애사건’은 없다. 처음에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을 봤을 땐 너무나 신기해서 자신이 눈도 마주치고 웃고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다.

이소연 씨는 “나는 외계인이 아니라 우주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신기하게 보는 게 도리어 신기할 뿐이다.

○ 김연아와 떡볶이를

이소연 씨의 남동생은 지금도 “언제 김연아를 만나는 거냐?”고 누나를 재촉한다. 두 사람은 SBS 방송을 통해 서로 떡볶이를 먹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정말 김연아는 나와 떡볶이를 먹고 싶을까?’ 궁금하다. ‘진심이 맞을까? 나는 진심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소연 씨의 인생철학은 한 번 약속을 하면 그 약속만큼은 꼭 지킨다는 것이다. 그 의리 때문에 사람과도 쉽게 친해진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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