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곡선의 외형과 투명한 내면이 기계적인 부품들과 어우러져 해파리나 외계의 생명체를 연상시킨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디자인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익숙하지 않은 조형이지만 무의식 속에서 경험한 듯한 느낌과 함께 미지의 세계 속으로 상상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디자인이다. 마치 X선을 통해서 내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범하기를 거부하는 디자이너의 탁월한 조형적 상상력과 창조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아이서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씨는 영국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탠저린’ 이라는 디자인 전문회사에 근무했다. 그는 원래 하이테크 분야보다는 공구에서부터 청소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상용품들을 디자인했다. 이후 애플사에 영입돼 지금까지 모든 디자인을 책임지면서 애플 디자인의 역사를 일궜다.
아이브 씨는 자신의 디자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소박하다.
“애플사 디자인에는 전통적으로 강조되는 기능적 측면을 넘어 감성적 부분이 중요시된다. 하지만 나는 그저 단순하고 잘 만들어진 제품을 디자인하려고 할 뿐이다.”
아이브 씨는 디자인 접근방법에 있어 논리와 감성을 겸비하여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디자이너로서 많은 이는 그를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디자이너의 한 명으로 꼽는다. 디자이너의 정신세계는 예술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당장 결과를 인정받지 못하면 기회가 없어진다는 점이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을 하기 어렵게 한다. 현실을 생각하면 파격적이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듯한 평범하고 진부한 디자인으로 기울기 쉽다.
그래서 아이브 씨의 디자인은 더욱 빛난다. 그는 현실의 한계를 초월한 듯 창조적이면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는 그런 디자인을 꾸준히 만들어 낸다.
이런 좋은 디자인을 보면서 감탄하는 많은 외국인을 보면 매우 부럽다. 이들은 진심으로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가치를 거침없이 표현한다. 우리도 뛰어난 디자인이 더욱 많이 나와 모두가 디자인에 대해 자유롭게 감탄하고 느낌을 표현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