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8년째 롱런 연극 ‘백사난’ 역대 반달이役3人

  • 입력 2008년 7월 11일 02시 59분


짝사랑 반달이… 눈물 마를 날 없었죠

어린이연극으로 시작했지만, 함께 온 엄마 아빠 그리고 사랑에 들뜬 연인들이 열광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이하 ‘백사난’).

8년째 롱런 중인 이 연극은 그간 1500회 공연을 하면서 50만 관객을 모았다. 백설공주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말 못 하는 난쟁이 ‘반달이’를 보면서 관객들은 함께 안타까워했다.

○ 1500회 공연에 50만 관객… 어른이 더 열광한 어린이 연극

그 ‘반달이’들을 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창 ‘백사난’ 공연 중인 구윤정(26) 씨를 비롯해 초대 반달이로 6년여 공연한 최인경(30) 씨, 올 상반기 반달이로 무대에 섰던 이지현(27) 씨. ‘백사난’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반달이들이 모인 것이다.

“말 못 하는 역을 하려니 얼마나 답답하던지. 순간순간 몸으로만 격렬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처음엔 장난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갈수록 편해지지 않니. 발음 연습, 톤 연습 따로 안 해도 되고, 오로지 감정에만 몰입하면 되고.”(최)

“사실 ‘백사난’ 전엔 대사 위주 연기 연습만 하던 터라 ‘반달이’ 할 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인경 언니 말대로 대사가 없어서 편해요.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대사 욀 때 나는 안 그래도 되니까(웃음).”(구)

“인경 언니와 윤정 씨 다음으로 반달이를 하게 돼서 부담이 많이 됐죠. 연습 때 ‘표정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곤 했어요. ‘백사난’ 공연을 많이 보다 보니 전임 반달이들의 표정 연기와 섞여버린 거예요. 그걸 덜어내느라 고생했죠.”(이)

‘반달이’ 역은 ‘키 158cm 이하’라는 엄격한 오디션 기준으로 유명하다. 최 씨는 153cm, 구 씨는 155cm, 이 씨는 154cm로 모두 반달이 역에 딱 맞았다. 연기에 회의를 느껴 접으려고 했던 최 씨는 ‘반달이’ 이후 섭외가 밀려드는 스타가 됐다. 키 작은 배우가 귀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이지현 씨를 뽑아놓은 극단은 ‘꼭 붙어 있으라고’ 조연출을 맡길 정도였다. 구 씨는 “작은 키여서 맡게 됐지만 대어를 낚은 느낌이었다”고 ‘반달이’로 정해졌을 때의 기쁨을 돌아본다.

최 씨가 “말 못 하는 역이어서 몸짓과 표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눈’도 반달이의 요건”이라면서 “오디션 때 ‘작은 체구, 큰 눈’의 지현 씨를 보고는 감이 왔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구 씨가 “인경 언니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을 가진 배우”라고 평했다. 이 씨가 이어서 “윤정 씨는 씩씩하고 활달한 반달이 역으로 확실히 ‘차별화’했다”고 더했다.

○ 말 못 하는 역할, 처음엔 입이 간질간질하더니 이젠 너무 편해

반달이들이 꼽는 ‘백사난의 명장면’. “실제로 짝사랑으로 속을 앓던 때에 공연을 시작했거든요. 백설공주를 처음 만난 날 밤에 반달이 혼자 춤추는 초반 장면부터 눈물이 나더라고요. 30만 송이 안개꽃밭에 반달이가 누워 있는 마지막 장면에선 그야말로 울고불고. ‘백사난’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지요.”(최)

“반달이가 힘들게 이웃나라 왕자를 데려와 공주를 구해내는 장면이 가슴에 와 닿아요. 그때껏 고생한 게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지나가고, 한편으로 처음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고. 연기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어요.”(구)

“처음 만난 왕자한테 백설공주에 대해서 말해줄 때예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반달이를 연기하면서 저 자신도 들뜨고 설레요.”(이)

9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2가 명동아트센터. 3만3000원. 02-556-5910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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