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 사람도 있고, 안개 속에서 명상에 잠기는 사람도 있다.”
해외 서커스가 한국에 왔다. 안개 속을 헤치는 캐나다 서커스팀 ‘서크엘루아즈’의 퍼포먼스, 바로 ‘네비아’다. 이탈리아어로 ‘안개’란 뜻이다. 9일부터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네비아는 안개 속 향수를 다룬 서커스 공연이다.
서크엘루아즈는 2002년 ‘노마드’란 작품으로 세계투어 700회 이상의 공연을 했고, 2003년 ‘레인’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번 네비아는 노마드, 레인에 이어 선보이는 하늘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2005년 태양의 서커스 최신작 코르테오를 연출한 바 있다. 어릴 적 안개가 유난히 많이 낀 동네에서 자랐던 다니엘의 경험이 무대에 반영된다. 특히 할머니에 대한 향수가 녹아있다.
“세계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우리 할머니처럼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 곳에 머물러 상상 속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 다니엘은 할머니의 상상 속 여행을 공연 위에서 펼쳐 보인다. 공연은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는 옴니버스 구성이다.
극 중 ‘장대비가 내리는 날’에서는 코르크 마개가 비처럼 쏟아지고, ‘하늘을 나는 꿈’에서는 신비로운 곡예 장면이 연출된다. ‘눈 내리는 마을’에서는 추억에 잠긴 주인공이 계속 눈을 맞는다.
다니엘은 “어느 한 장면만 집어서 추천할 수 없다.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난히 희미하게 보이는 장면이 많은데, 꿈을 표현하고 싶은 연출가의 의도이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하얀 손수건은 이별과 향수를 표현한다. 다니엘은 “우리 집에서는 상대방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얀 손수건을 흔든다. 멀리 떠날 때만이 아니라 동네 우유 한 병 사러 갈 때도 손을 마구 흔들어주는데, 지금의 ‘안녕’이 영원한 ‘안녕’이 될 수도 있다.” 네비아의 관객들은 극 중 장면이 마음에 들 때 배우들의 가족처럼 ‘하얀 손수건’을 흔들 수 있다. 흰 티슈라도 챙겨가는 게 좋다.
네비아 (nebbia) 드림 서커스
[공연일시] 7월 9일(수) ∼ 7월 20일(일) 평일 오후 8시, 토ㆍ일요일 오후 2시, 오후 7시
[공연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티켓가격] 3만원∼10만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문의] 1577-5266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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