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의 지구촌 책향기]필자가 신간안내 누드모델로…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英 여류 전기작가 선정성 논란

최근 영국에선 한 여성 전기(傳記) 작가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지아나, 디본셔의 공작부인(Georgiana, Duchess of Devonshire)’이라는 책을 1998년에 펴낸 아만다 포먼(40)이 논란의 대상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5일 “아만다 포먼이 전기라는 고상한 글쓰기의 세계를 육감적인 젊은 여성들의 활동무대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책이 나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새삼스레 비난의 포문을 연 사람은 전기 작가인 캐스린 휴스. 그는 최근 ‘전기 저술의 죽음’이라는 글을 통해 “포먼 때문에 전기 작가들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휴스는 ‘태틀러’라고 하는 잡지에 실렸던 포먼의 누드 사진을 문제 삼았다. 책으로 몸의 대부분을 가리긴 했지만 작가의 사진으로는 파격적이다.

휴스는 이 사진 자체를 지적하는 것만은 아니다. 외모를 내세우는 작가들의 현실, 또 그 연장선에서 작가의 재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출판업계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는 포먼의 책이 판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게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평가들은 “포먼의 승리 이후 전기를 쓰는 스타일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출판업자들은 이제 심각한 책을 외면하고 필자로 여배우나 모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휴스는 “포먼의 성공 이후 ‘사진발’ 잘 받는 젊은 여성들이 전기 저술 계약을 많이 따내고 있는데 결과물은 지적으로 빈약하거나 문체가 조악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역사 전기를 쓰는 앤드루 로버츠도 지난주 한 기고문을 통해 “역사 관련 책을 쓰는 세계가 전체적으로 오염됐다. 출판업자들은 역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먼을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가 외모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는 주장들이다. 포먼의 한 친구는 “포먼은 문학상인 위트브레드 상도 받았는데 캐스린 휴스가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슈벨 아디먼(31)처럼 포먼을 추종하는 여성 전기 작가도 많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아디먼은 “책을 쓰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포먼의 책을 읽고 나서 전기를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 포먼은 담담하다. 그는 “지금 전기 작가들은 이 장르의 기존 개념에 도전하는 중이다. 우리는 새로운 황금기로 접어드는 것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포먼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것은 그의 문제작 ‘조지아나, 디본셔의 공작부인’이 영화로 제작돼 올가을 영국에서 개봉되기 때문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에 출연했던 키라 나이틀리가 공작부인 역을 맡았다.

더 타임스는 이런 저런 논란을 전한 뒤 전기 출판 세계에서 ‘포먼 효과’를 주장하는 전기 작가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여성 작가 수전 로널드(55)의 말을 옮겨 실었다.

“한 출판업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당신 사진을 책 표지에 싣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말입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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