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얘야, 이런 뒤죽박죽 가게가 맘에 드니?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내 방은 엉망진창!/마티아스 조트케 글·슈테펜 부츠 그림·김라합 옮김/32쪽·9000원·미래아이(7∼9세)

“아이고, 맙소사!”

놀란 아빠 곰의 한마디로 이 그림책은 시작한다.

“방 꼴이 이게 뭐야? 천방지축 원숭이 다섯 마리가 파티라도 한 것 같구나!”

한 장을 넘기면 아기 곰이 어디에 앉아있는지 찾기 힘들 만큼 온갖 잡동사니로 어질러진 방이 두 페이지 가득 펼쳐진다.

여기까지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지만 이 그림책의 재미는 이제부터다.

당장 방을 정리하라는 아빠 곰의 말에, 아기 곰은 진지하게 말한다.

“언제나 모든 걸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면 세상이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옛날 공룡들이 살던 숲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럴 때 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치우기나 해”라는 잔소리부터 떠올렸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자. 이 그림책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어떻게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를 일러준다.

아기 곰의 대꾸에 웃음을 참지 못하던 아빠 곰의 대답. “제법 똑똑하구나!”

이어 아빠 곰은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네 책이나 아빠 신문에 들어 있는 글자들이 네 방의 장난감들처럼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라면 어떨까? 낱말과 그림들이 엉망으로 뒤섞인 책은 아무런 재미가 없을 거야, 안 그래?”

이 그림책은 따듯하고 유쾌하다. 아빠 곰과 아기 곰은 ‘질서’와 ‘무질서’에 대해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기 곰이 “착한 달이 하늘의 모든 별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이상하겠느냐”며 ‘무질서 예찬론’을 펴면, 아빠 곰은 “하하하하! 그건 정말 이상하겠지. 최고다” 하며 아들의 기발한 상상을 먼저 칭찬하고는 질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런데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는데 물건들이 여기저기 뒤섞여 있으면 어떡하지? 감자칩 옆에 양말이 있고, 사탕이 생선 뒤에 있으면….”

유쾌한 대화 못지않게 즐거운 것은 재치 있는 그림들. 아빠 곰과 아기 곰의 상상은, 다음 페이지에서는 그림으로 펼쳐진다. 공룡이 거리를 정리하기 위해 길에 흘린 뼈다귀를 줍는 그림부터 하늘의 별이 일렬로 줄 맞춰서 반짝이는 그림을 보다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아빠 곰과 아기 곰은 ‘질서가 꼭 필요한 곳’과 ‘무질서해도 아름다운 곳’을 통해 질서와 무질서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방을 치우고 난 아빠와 아들의 유쾌한 결론.

“질서는 인생의 반이야”

“잠깐만요, 아빠! 그렇다면 인생의 나머지 반은 무질서겠네요?”

“하하하! 그래, 질서와 무질서는 언제나 함께하지. 우리 아들! 넌 정말 똑똑하구나!”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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