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피 알고보니 ‘달달한 물엿’

  • 입력 2008년 7월 12일 08시 14분


- 지금까지 특수분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영화 ‘마음이’다. 강아지 주인공 달이를 특수분장해야 하는데 정말 곤혹스러웠다. 가짜 피는 대부분 물엿을 주재료로 만든다. 맛이 달콤하다 보니 달이에게는 그보다 좋은 간식이 없었다. 가짜 피를 계속 핥아먹어 촬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물엿이 없고 맛이 없는 피를 제조하기로 결정하고 몇 잔씩 마셔도 보고 손에 발라도 보며 피를 만들었다”(웃음)

- 특수분장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배우들과 호흡이 중요할 것 같다.

“경험이 많지 않은 연기자는 몇 시간 공을 들여 분장을 끝냈는데 크게 웃거나 물을 마셔 분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배우들은 아침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 특수분장이 온전한 경우가 많아 깜짝 놀란다. ‘고사’의 경우 이범수가 그랬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잠을 자고 나와도 분장이 그대로였다. 지웠다가 다시 해달라고 해도 되는데 분장사들 배려를 많이 해줘 고마웠다.”

- 특수분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랜 시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한국영화는 물론 외화도 많이 보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재료부터 기법까지 공부할 게 끝이 없다. 하지만 끈기와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게 특수 분장이다.”

- 특수분장의 재료는?

“피는 대부분 물엿이 주로 쓰이고 식용 색소도 다양하게 쓰인다. 각 특수분장사들 마다 노하우와 기법이 다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직접 피부에 발라야하는 배우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사전에 자기 피부에 꼭 테스트를 해야 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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