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 서울’의 결과는 이전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칠레 와인이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을 제치고 1,2위를 차지한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결과와는 달리 샤토 마고(2004)와 샤토 라피트(2004)가 1,2위에 뽑혔고, 칠레 와인 돈 막시미아노 2004는 3위에 머물렀다.하지만 이번 행사를 주최한 칠레 와인 명가 에라주리쯔의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칠레 와인이 프랑스 그랑 크뤼 와인이나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와인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이번에도 증명했다는 믿음 때문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칠레 와인이 1등을 차지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2004년 베를린, 2005년 브라질, 2006년 도쿄, 2007년 캐나다에 이어 다섯 번째 국가로 대한민국 서울을 선택한 채드윅 회장을 만났다.
-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서 어떤 와인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는지 궁금하다.
“9번(비네도 채드윅 2004), 8번(세냐 2005), 5번(세냐 2004)이 좋았다. 모두 에라주리쯔 와인이기는 한데 정말 편견 없이 점수를 줬다. 내가 테이스팅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그의 점수는 실제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 결과적으로는 ‘베를린 테이스팅’이 에라주리쯔와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사실 위험한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우리가 만든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이런 테이스팅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 와인이 1,2위를 차지한 결과는 사실 놀라웠다. 전율을 느꼈다.”
- ‘베를린 테이스팅’이후 매년 전 세계를 돌며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벤트를 갖고 있는데 목적이 무엇인가.
“소비자에게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고 교육하는 데 의의가 있다. 세미나와 테이스팅을 통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와인에 관한 정보와 느낌을 공유하고, 칠레 와인의 인지도를 넓히는 게 목적이다. 특히 이번 테이스팅에서는 한국 와인 전문가들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즐거웠다. 칠레 와인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테이스팅을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칠레 와인이 지속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얼마 전 로버트 파커가 한국을 다녀갔다. 파커 포인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버트 파커는 칠레 와인을 마셔보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를 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수많은 칠레 와이너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커가 방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파커의 칠레 방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좋은 와인은 떼루아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가로 결정 난다. 칠레의 떼루아는 호주에 비해 우아하고 섬세하다(파커는 킬리카눈 등 호주 와인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가 칠레의 떼루아를 직접 느끼고 평가하면 좋을 것 같다.”
채드윅회장과 에라주리쯔회사는
에라주리쯔는 1870년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쯔가 칠레 아콩카구아 밸리를 개발해 포도 생산 지역으로 만든 이래 현재까지 138년 동안 5대를 이어가며 고급 칠레 와인을 생산하는 회사다. 채드윅 회장은 1995년 로버트 몬다비와 제휴해 칠레 최초의 특등급 와인인 세냐를 만들었고, 2005년 영국 와인전문지 ‘디캔터’로부터 ‘세계 와인 비즈니스에서 영향력 있는 50대 인물’에 선정됐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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