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구조적 문제로 제 몫 못했다” 문화예술위 ‘네탓 타령’ 씁쓸

  • 입력 2008년 7월 14일 03시 01분


1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제1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8월 25일 임기를 마치는 1기 문화예술위 위원들이 주제 발표자로 나선 자리였다.

지난 정부 때 민간기구로 출범한 위원회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취지로 예술인들이 예술지원정책에 참가해 왔다. 그러나 수용자보다 창작자에게 편향된 지원 정책으로 인해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념적 편향성, 장르별 나눠먹기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런 점에서 토론회에서는 위원회 내부의 개선이나 자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결과는 어긋났다. 1기 위원들의 발표는 대부분 외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네 탓’ 일색이었다. 박종관(충북민예총 부지회장) 위원은 “예산결정, 정책 최종 결정이 기획재정부에 묶여 있으며 위원회의 독립적인 위상 확보가 명확하지 않다”며 “문예진흥기금이 감소한 데다 이자율도 낮아 안정성을 보장하기 힘든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전효관(전남대 교수) 위원도 “지원금이 고갈되는데 위원회로선 독자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없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위원회 간에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신의(경희대 교수) 위원은 “예술진흥이란 창작환경과 기반을 토대로 하지 기금지원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문화부는 ‘지원금이 없으면 (예술인들이) 창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문화부를 탓했다. 이날 위원들의 주제 발표에서는 그동안 제기돼온 문제에 대한 명쾌한 진단은 찾기 어려웠던 셈이다.

이어진 토론회는 문화예술위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기금이 축소된 현실을 탓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을 동원해서라도 기금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발표 내용은 주로 위원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할 뿐이다” “위원회의 예술지원에 대한 성과가 어땠는지,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에 대해 설명이 없다” 등 이어지는 지적에 대해 위원들은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정헌 문화예술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반성과 성찰의 자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지만 토론회에선 그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논의의 목소리를 찾기 어려웠다. 1기 위원들의 발표대로 문화예술위의 문제가 구조적인 데서만 기인한다면, 3년 임기의 위원들은 무엇을 했는지 의아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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