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 10년… 최고의 싱글앨범 뭘까

  • 입력 2008년 7월 15일 03시 03분


텔미 〉브레이크 프리 〉애니모션…

《1998년 10월. 미국 버클리 음대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PC통신 ‘나우누리’ 신인가수 방에 자기 노래를 파일에 담아 ‘업로드’했다. 이름은 조PD, 파일명은 ‘브레이크 프리’. 이 파일은 1주일 만에 2만여 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며 급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이것이 국내에서 발표된 첫 디지털 음원이다. 그 후 10년. 시작은 미미했으나 파장은 거대했다.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말처럼 MP3,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가요 시장의 창작환경과 소비패턴을 뒤흔들어 놓았다. CD, 카세트테이프 형태에 국한된 음반은 싱글, 디지털 싱글, 미니 음반이라는 변종들을 낳았고 수용자들은 오디오 스피커만이 아닌 MP3 파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휴대전화 벨소리, 블로그 배경음악 등을 통해 음악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본보는 음악웹진 ‘이즘’(대표 임진모)에 의뢰해 음악평론가 등 25명에게 디지털 음악 시대 10년 동안 주목할 만한 싱글, 뮤지션, 사건을 물어봤다. 웹진 ‘이즘’(www.izm.co.kr)도 ‘디지털 음원 10년’이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전한다.

○ 주요 사건은 ‘소리바다 서비스 시작’ 등 꼽혀

지난 10년, 최고의 디지털 싱글 음반은 무엇일까.

조사 결과 원더걸스의 ‘텔미’(2007년), 조PD의 ‘브레이크 프리’(1998년), 이효리의 ‘애니모션’(2005년), 장윤정의 ‘어머나’(2004년), 이재수의 ‘스틸 러빙 유’(2001년), 임정현의 ‘캐논변주곡’(2005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론가들은 인기투표에 그치지 않고 곡 하나하나에 의미를 뒀다. 원더걸스에게는 “누리꾼의 펌질, 즉 참여문화가 스타와 히트곡을 만들었다”(한동윤), “조PD는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한 음악이 레이블의 간섭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일대일로 만났다”(김태서)고 평가했다.

음치 가수로 인터넷 방송에서 ‘스틸 러빙 유’를 패러디했던 이재수는 “가창력과 관계없이 자기 개성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인터넷 최초의 스타”(윤석진)로, 2005년 유튜브의 기타 연주 동영상으로 뉴욕타임스에 실린 임정현은 “보통 사람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배순탁)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인물로는 △양정환 소리바다 사장 △조PD △원더걸스 △이효리 △임정현 등이, 사건으로는 △소리바다 서비스 시작 △MP3 플레이어 보편화 △벅스 유료화 논쟁 등이 꼽혔다.

○ “음악 청취 - 제작 평등화” 대 “음악의 패스트푸드화”

지난 10년간 디지털 음원이 음악 시장에 남긴 명암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음악 청취와 구입의 평등화”(안재필)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음악을 공개 발표하는 통로의 다양화 및 수월화”(김정훈) “공중파 TV와 라디오로 제한된 홍보 창구에서 벗어남”(조아름) 등 명(明)에 대한 조명도 뚜렷했지만 암(暗)에 대한 의견이 더 우세했다.

평론가들은 음악의 디지털화가 낳은 병폐로 “리코딩 예술과 재킷 미학의 실종”(김정훈), “음악 감상이 아닌 음악 소비의 시대로 음악이 패스트푸드화”(안재필), “온라인 음원 수익의 비정상적인 배분”(김학선), “이벤트성 기획이나 다른 연예분야 종사자들의 영역 확장 수단으로 남용”(박효재) 등을 꼽았다.

특히 음악평론가 박준흠 씨는 “초기에는 디지털 음악이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거대 포털사이트들이 온라인 매체를 장악한 이후 상업성 있는 엔터테인먼트 성향의 음악만 유통되며 팬들의 취향이 획일화됐다”고 꼬집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설문조사에 참여해준 분들 : 김정위 김정훈 박준흠 배순탁 성우진 이영미 임진모 씨(이상 음악평론가),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 김태서 웹진 웨이브 편집장, 김학선 웹진 보다 칼럼니스트, 장육 웹진 웨이브 칼럼니스트, 김영완 KTF 도시락 운영팀장, 소승근 CBS FM 작가, 신혜림 MBC 라디오 작가, 안재필 EBS 라디오 작가, 조아름 MBC 라디오 작가, 윤석진 인터내셔널 피아노 기자, 김두완 김진성 박효재 엄재덕 윤지훈 이대화 조이슬 한동윤 씨(이상 웹진 이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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