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출판 강국답게 지하철 안 곳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이 읽고 있는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책인 ‘신서(新書)’.
최근 일본 출판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이다.
신서와 함께 일본 출판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휴대전화로 읽는 모바일 소설이다.
신서와 모바일 소설 모두 가볍고 쉽게 읽히는 책을 선호하는 최근 일본 출판계의 경향을 보여준다.》
일본은 지금 손바닥 크기 ‘신서’-휴대전화 모바일 소설 붐
○ 신서, 교양-실용 위주… 420만 부 팔린 책도
‘신서’는 기존에 발표되지 않은 신간이라는 점에서 이미 양장으로 출간된 책을 값싸게 다시 출간한 문고본과는 다르다. 크기는 문고본에 비해 세로가 좀 더 긴 가로 11cm, 세로 18cm. 가격이 싸고(700∼800엔) 2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는 분량(평균 200여 쪽)이다.
2003년 출간된 신서인 요로 다케시의 ‘바보의 벽’은 42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그 후 출간된 ‘머리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말하는 방식’ 등도 200만 부를 넘겼다.
신서의 성공 요인으로는 저렴한 가격, 한 권에 하나의 테마를 담는 특화된 주제, 구어체 문장 등이 꼽힌다. 위성도시에 거주하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지하철에서 읽을 교양서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출판뉴스사 기요타 요시아키 대표는 “경기침체로 독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복잡한 현대 사회의 변화상을 알려주는 교양·실용 서적을 원하게 됐다. 각 분야의 입문서인 신서는 그런 욕구에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정보의 범람, 실용적 주제를 원하는 독자들의 취향 변화 등으로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신서가 자리 잡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웅진씽크빅, 민음사 등 대형 출판사에서 신서 시리즈를 기획 중이며 이미 출간된 김영사의 ‘잘 먹고 잘사는 법’, 살림 ‘지식총서’, 삼성경제연구소 ‘SERI연구 에세이’ 등도 신서와 비슷한 개념의 시리즈다.
○ 모바일 소설, 내용-독자층 한국 인터넷 소설과 흡사
이치만넨도 출판사의 유타카 야마차키 편집부장은 “일본의 젊은 세대는 휴대전화로 활자를 보는 데 익숙하다. 많은 출판사가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모바일 소설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소설에 대해선 e북과 ‘1인 1출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부정적인 견해가 공존한다.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 씨는 “출판 시장에 새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역사가 짧은 데다 일정 수준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 작가, 제한된 독자층이라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모바일 소설은 미미한 상태. 성대훈 교보문고 디지털 콘텐츠팀장은 “일본은 일정액을 지불하면 통신과 인터넷을 무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요금제가 잘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모바일 콘텐츠를 사용할 때마다 콘텐츠 요금과 데이터 통화료(인터넷 접속료)가 이중으로 부과되는 구조라 모바일 소설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