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4面 4色… 객석에 포위된 무대

  • 입력 2008년 7월 17일 03시 00분


‘시 왓 아이 워너 시’를 어떻게 볼까.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던 동명의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영화로도 유명한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라쇼몽’의 미국 뮤지컬 버전으로 실험적 무대, 김선영 박준면 홍광호 등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 함축적 대사, 진지한 고찰

1막과 2막은 독립적이다.

1막은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라쇼몽’의 스토리를 옮겨왔고, 2막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신(神)에 대해 회의를 품은 가톨릭 신부가 신의 재림을 예고하는 자작극을 벌이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뤘다. 대사는 함축적이고 내용은 진지하다.

“피임을 막는 정신 나간 테레사 수녀님 덕분에 인도는 애기로 넘치고 다 굶어죽는데…” “헨리 키신저 같은 놈 핵무기 팔아서 노벨 평화상 받은 걸 봐” 등 종교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살인 사건의 엇갈린 진술을 통해 진실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공연 중 관객들의 웃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 실험적 무대, 4면 무대 4개 스크린

관심을 모았던 무대는 4면이다. 객석이 무대를 가운데에 두고 에워싸는 형국이다. 각 무대 위에는 4개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각자 다른 동영상을 보여준다. 네 방향에 앉은 관객들은 서로 다른 배우의 모습과 동영상을 보게 되는 것.

연출자 하비에르 구티에레스는 “‘보는 시점에 따라 진실은 다를 수 있다’는 작품의 주제를 구현하는 무대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객석에 포위된 무대가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고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의 구성은 흥미로웠지만 기대를 모았던 스크린의 활용은 미흡했다. 일본의 고성, 미국의 술집 등을 보여 주는 등 무대 전환에서는 효율적이었으나 배우의 얼굴 표정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보여 주려던 시도는 분절된 움직임 탓인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일본 전통음악, 재즈, 클래식 등이 어우러진 퓨전 음악은 뛰어났지만 실험성 짙은 무대와 풍자적 대사에 대해서는 호불호의 엇갈린 평가가 불가피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을 우리말로 풀이한다면 ‘보고 싶은 대로 봐라’ 정도 아닐까?

8월 24일까지. 5만 원. 02-580-130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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