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진중권씨의 ‘MBC의 유치한 보복’ 새삼 화제

  • 입력 2008년 7월 17일 14시 32분


“이번 사태로 얻을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방송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왜곡 편집을 하면 안 된다는 것. 보도의 원칙은 자기가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필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보여주는 것. 둘째는 네티즌들도 미디어에 속아 금방 흥분하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는 것. 설사 흥분을 해도, 거기서 폭력으로, 그것도 집단적 폭력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는 것. 이 사태에서 이걸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촛불시위를 통해 대중스타로 떠오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4년 전 쓴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얼핏 보면 MBC ‘PD수첩’ 오역 파동을 꼬집는 내용 같으나 이 글은 진 교수가 지난 2004년 4월에 진보누리 사이트에 기고한 ‘MBC의 유치한 보복’이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진 교수가 문제 삼은 것은 2004년 3월 26일 방송된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이 프로그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집회에서 사회자인 송만기 씨가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이 있냐”고 말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후 해당 방송은 송 씨의 발언을 앞뒤 잘라 편집한 것으로 밝혀져 크게 물의를 빚었다. 방송 이후 협박 전화·문자 메시지를 3000 여 통이나 받았다는 송 씨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당시 진 교수는 “다시 생각해 보아도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오버액션이자, 정치적 의도가 담긴 악의적 편집”이라며 “송만기가 잘못했다면 좀 맥락이 닿는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판단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다 보여주고, 그 다음에 시청자로 하여금 판단을 내리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듣자하니 송만기가 자기한테 욕설, 협박 메시지 보낸 네티즌들 무더기로 고소할 모양”이라며 “그 사람들도 물론 잘못했지만, 그들을 그런 열렬한 흥분상태로 몰아가 결국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게 하고, 나아가 그 대가로 고소까지 당하게 만든 윤리적 책임은 오롯이 MBC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도대체 뭣 하러 이런 짓을 하느냐”며 “귀중한 공중파 낭비하고, 한 사람에게 불필요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졸지에 모욕, 명예훼손, 협박죄의 피의자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진 교수가 ‘PD수첩’의 해명이 정당하다는 글을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 등에 수차례 올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진 교수의 글이 올려진 게시판을 ‘성지순례’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성지순례란 인터넷 상 논란이 되는 뉴스나 글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댓글을 남기는 것을 뜻한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진 교수의 글 중 ‘이번 사태로 얻을 교훈 두 가지’는 2008년 쇠고기 파동에도 딱 들어맞는다”, “저렇게 말한 사람이 지금 촛불시위대와 ‘PD수첩’을 두둔한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등의 의견을 내 놓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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