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가시가 많다고 아무도 안 놀아줘요”…‘내가…’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내가 소중하대요/엘베 포르티스 데 이에로니미스 글 그림·이승수 옮김/32쪽·9500원·크레용하우스(6세∼초등 1년)

가시는 고슴도치의 숙명이자 슬픔.

움직일 때마다 삐죽삐죽한 가시가 친구들을 아프게 찌른다. 예쁜 풍선을 갖고 놀고 싶어도, 닿는 순간 펑 하고 터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거미줄을 짜는 친구 거미에게 다가가는 순간, 애써 만든 거미줄은 뚝 끊어진다. 친구들은 고슴도치가 다가올 때마다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고는 도망가 버린다.

외톨이 고슴도치는 서글프다. “난 고슴도치로 태어나서 너무 슬퍼. 내 가시를 몽땅 없애고 싶어. 가시가 없으면 나도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 수 있을 텐데….”

한 번쯤 ‘나 아닌 다른 모습’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른처럼 아이도 외모나 성격 등 스스로에 대한 불만과 콤플렉스가 있기 마련. 이 그림책은 아이에게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부터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대책 없는 가시 때문에 친구도 없이 지내던 고슴도치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법을 깨닫는다.

고슴도치는 상상한다. 달님이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춘 어느 날 밤, 가시에 수많은 반딧불이를 붙여 달님처럼 빛을 내며 숲 속을 환히 비춰주는 자신의 모습을.

고슴도치는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잘 익은 열매를 따서 가시에 한가득 꽂은 뒤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숲 속 잔칫날에는 꽃밭을 굴러 알록달록 예쁜 꽃을 가시에 가득 꽂아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파스텔 톤의 화사한 색감의 그림이 귀엽다. 고슴도치가 자기처럼 몸이 가득 가시로 뒤덮인 친구들을 멀리서 발견하고 기뻐서 다가갔는데 알고 보니 밤송이더라는 ‘슬픈’ 대목에선, 고슴도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림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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