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66>終身不脫依倣二字, 斷不能登峰造極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身(신)은 임신하여 배가 부른 모양을 본떴다. 임신부의 몸에서 신체의 뜻, 몸소 또는 친히의 뜻으로 확대됐다.

脫(탈)의 본뜻은 피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태’로 읽으면 (세,태)(태)와 통하며 곤충이 허물을 벗다는 뜻이다. 脫衣(탈의)나 脫出(탈출)처럼 벗거나 벗어나다, 脫盡(탈진)이나 脫漏(탈루)처럼 빠지거나 빠뜨리다, 脫落(탈락)처럼 떨어지다의 뜻이 있다. 穎脫(영탈)은 穎脫而出(영탈이출)의 준말로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뛰어난 재능이 드러남을 뜻한다.

依(의)는 依託(의탁)처럼 기대다 또는 의지하다, 依法(의법)처럼 依據(의거)하다의 뜻이 있다. 依願免職(의원면직)은 본인의 청에 의한 면직이다. 倣(방)은 模倣(모방)처럼 흉내내다 또는 본뜨다의 뜻이다. 방(방)으로 쓰기도 한다.

斷(단)은 끊다 또는 판단하다의 뜻이다. 부사로 쓰이면 ‘절대로’나 ‘결코’에 해당한다. 왼쪽 부분은 끊다는 뜻인 絶(절)의 고문자이고 오른쪽의 斤(근)은 도끼이다.

登(등)은 오르다의 뜻이다. 峰(봉)은 산봉우리이다. 造(조)는 만들다의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본래는 ∼에 이르다의 뜻이다. 造詣(조예)는 이르다는 뜻이 중첩된 말로 지식이나 경험이 깊은 경지에 도달한 정도를 뜻한다. 極(극)은 極端(극단)처럼 끝을 뜻한다. 登峰造極(등봉조극)은 지극히 높은 경지에 도달함을 뜻하는 성어이다.

기존의 것에 대한 의존과 모방은 어느 수준에 이르는 데에 대단히 유용하다. 또 창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완전한 독창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보다 뛰어나 자기만의 영역을 지니려면 반드시 떨쳐버려야 할 일이다. 淸(청) 顧炎武(고염무)의 ‘與人書(여인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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