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지배력 강해질수록 소수언어 지키기 힘써야”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철학의 올림픽’과 ‘언어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철학대회와 세계언어학자대회가 한국에서 잇달아 열린다. 30일∼8월 5일 서울대에서 개최되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문명 전환기 철학의 과제를 토론한다. 세계언어학자대회는 올해 18회를 맞으며 21∼26일 고려대에서 열린다. 대회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으로 소수언어, 디지털 시대 언어, 언어 정책 등을 다룬다. 이명현 세계철학대회 조직위원장과 이익환 세계언어학자대회 조직위원장으로부터 대회의 의미와 주제 등을 들었다. 》

“세계화에 따라 영어의 확산이 두드러지면서 소수 언어를 지켜야 한다는 필요성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디지털 시대의 언어 사용이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이번 대회에선 21세기 언어학 연구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21∼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리는 제18회 세계언어학자대회 이익환(65·연세대 명예교수) 조직위원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는 세계 언어학계의 연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열렸던 대회의 성과들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준다.

○ 논문발표 언어 한국어 처음 인정

1928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1차 대회 때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구조주의 이론이 부각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대회 전까지만 해도 일부만 알고 있던 그의 논문이 세계 학자들이 모인 대회에서 발표됨으로써 구조주의 연구 붐이 확산됐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

이 위원장은 “세계화 시대에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해 특정 언어가 지배력을 갖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도 “그 여파로 소수 언어가 소외되다 보면 언어뿐 아니라 문화와 민족까지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제3세계 언어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통일성’과 ‘다양성’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집중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특징으로는 한국어가 논문 발표 언어로 인정됐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은 “공식어인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외에 개최국 언어가 논문 발표 언어로 인정된 적이 없었다”면서 “대회 본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한국어 사용을 허락받았는데 앞으로의 대회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글 우수성 홍보 적극 나설 것

이를 계기로 한국어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한국어는 세계 6000여 개 언어 가운데 사용자 수 기준으로 16위에 해당합니다. 컴퓨터 자판을 만들 때의 편의성을 보면 디지털 시대에 한글의 우수성은 더욱 돋보입니다. 대회 장소에 한글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어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적극 알릴 계획입니다.”

한국언어학회는 2003년 열린 세계언어학자대회 총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을 제치고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학계는 올해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개최권 획득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한국 언어학자들이 그동안 외국의 학술대회에 적극 참여하고 논문 발표도 활발히 해왔다”면서 “외국 학자들과 폭넓은 교류를 바탕으로 저력을 쌓은 덕분에 이번 대회를 유치했다”고 자평했다.

또 그는 “이번 대회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언어학자들의 연구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언어 정책과 언어 권리, 수화 같은 주제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문의 www.cil18.org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이익환 위원장은…:

△1943년 전남 나주 출생 △1971년 서울대 석사, 1979년 미국 텍사스대 박사 △1981∼2008년 연세대 영문학과 교수 △2002∼2004년 한국언어학회 회장 △2004∼2006년 한국영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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