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로만 보던 동양철학 당당히 세계철학 범주에”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철학의 올림픽’과 ‘언어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철학대회와 세계언어학자대회가 한국에서 잇달아 열린다. 30일∼8월 5일 서울대에서 개최되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문명 전환기 철학의 과제를 토론한다. 세계언어학자대회는 올해 18회를 맞으며 21∼26일 고려대에서 열린다. 대회 주제는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으로 소수언어, 디지털 시대 언어, 언어 정책 등을 다룬다. 이명현 세계철학대회 조직위원장과 이익환 세계언어학자대회 조직위원장으로부터 대회의 의미와 주제 등을 들었다. 》

“동양철학이 세계철학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첫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30일부터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시작되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전체 일정을 조율해 온 이명현(66·전 교육부 장관) 서울대 명예교수의 소감은 남달랐다.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이 대회에는 세계 150여 개국의 학자 1200여 명이 참석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5년마다 개최돼 ‘철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며 동양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그것도 서울에서 대회를 열게 된 것은 동양철학이 세계철학의 한 범주로 인정받고 나아가 한국의 위상도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연례보고서에서 ‘주목할 사항’으로 한국의 세계철학대회 개최를 꼽기도 했다.

○ 서울대회 동양서 첫 개최 의미

그는 “세계철학대회가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뒤 단 한 차례도 동양에서 열린 적이 없다는 것은 서양철학계가 동양철학을 철학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양에서 동양철학은 종교학의 주제였지 철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불교철학 △유교철학 △도교철학 등 동양철학을 정식분과(section)로 편성했다.

개최지라는 이점을 살려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등 우리 사상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철학을 논의하는 특별 분과가 편성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서울은 2003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1차 대회에서 개최지로 선정됐는데 당시 강력한 경쟁 도시는 서양철학의 뿌리인 그리스 아테네였다.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꾸준하게 유대관계를 쌓아 온 러시아 철학계 등이 서울에 힘을 보태줘 개최지가 됐다는 것.

그러나 이 위원장은 대회 개최에도 불구하고 한국철학의 수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우리 같은 1세대 철학자들은 서양철학을 배우는 수준이었지만 후배 학자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 국가의 철학 수준이 높아지려면 독창적인 이론을 가진 학자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 문명 전환기 새로운 철학 논의

그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Philosophy Today)’라는 대회 주제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문명의 전환기’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문명이 커다란 변화를 겪는 전환기에는 새로운 철학이 요구됩니다. 이 주제는 과연 이런 시기에 기존 철학은 우리에게 어떤 지침을 주는지, 삶에 어떤 통찰력을 제공하는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데카르트가 종교와 과학의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를 정신과 물질 영역으로 구분했던 것처럼 ‘살아 있는 철학’이란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어야 한다”며 “이 대회가 이런 노력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전등록은 마감됐고 현장 등록은 참가비가 일반인 20만 원, 학생 5만 원. 문의 www.wcp2008.or.kr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명현 위원장은…:

△1942년 평북 신의주 출생 △1968년 서울대 석사, 1974년 미국 브라운대 박사 △1977∼2007년 서울대 철학과 교수 △1997∼1998년 교육부 장관 △2006년∼현재 선진화국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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