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67>東隅已逝, 桑楡非晩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隅(우)는 모퉁이나 구석 또는 변방을 뜻한다. 왼쪽에 붙은 (부)는 흙산이나 언덕을 뜻하는 阜(부)가 부수로 쓰인 때의 형태이다. (옹,우)(우)는 긴꼬리원숭이를 본뜬 상형자로 遇(우)나 愚(우)나 偶(우)에서처럼 흔히 속한 글자의 독음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東隅(동우)는 동쪽 모퉁이라는 뜻인데, 해가 거기에서 뜨므로 아침의 의미가 됐다. 또 시작이나 처음 또는 소년시기를 비유한다. 해가 뜬다는 전설적인 장소로는 隅夷(우이)와 隅谷(우곡) 그리고 虞淵(우연)과 扶桑(부상)이 있다.

已(이)는 과거를 표시하며 ‘이미’에 해당한다. 뱀의 구불구불한 모양을 본떴으며 본뜻은 그치다 또는 정지하다이다. 逝(서)는 지나가다 또는 흘러가다의 뜻이다. 逝去(서거)나 永逝(영서)처럼 죽다의 뜻도 있다.

桑(상)은 잎이 무성한 뽕나무의 모습을 본떴다. 楡(유)는 느릅나무이다. 桑楡(상유)는 뽕나무와 느릅나무로, 지는 해가 이들 나무의 가지에 걸린다고 하여 저녁을 가리키며 끝 단계나 만년을 비유한다. 桑楡之景(상유지경)은 저녁 경치 또는 늘그막을 뜻한다. 桑田碧海(상전벽해)는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듯 세상의 변화가 매우 심함을 비유한다. 줄여서 桑碧(상벽)이라고도 한다. 滄海桑田(창해상전) 또는 滄桑(창상)이라고도 한다. 非(비)는 ‘아니다’에 해당한다. 晩(만)은 저녁 또는 끝이나 만년의 뜻, 늦다 또는 노쇠하다의 뜻이 있다.

연륜의 숫자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에 의욕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 의욕과 실천력이 실질적인 나이를 의미하지 않을까. 소년시절에 시작함직한 일 중에서도 나이 들어 시작해 즐기며 성취할 수 있는 일이 무수히 많으리라. 唐(당) 王勃(왕발)의 ‘등王閣序(등왕각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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