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승훈]환율상승 직격탄 맞은 공연계의 비명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국내 공연계가 고유가와 환율 상승의 파도에 휩싸였다. 해외 초청 내한 공연의 항공료와 환율 상승으로 비용이 30∼40%씩 늘어난 반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으로 문화 후원을 줄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엔 31일 개막하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를 비롯해 라 스칼라 필하모닉(9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10월), 베를린 필하모닉,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강수진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상 11월)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 100명이 넘는 공연 단체여서 이들을 초청한 국내 기획사는 항공료 인상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천만∼수억 원의 추가 비용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지난해 14개 해외 작품을 초청했으나 올해는 11개로 줄였다. 그러나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초청 비용은 19.4%나 증가했다. 사무국은 홍보비와 운영비를 줄이며 비상운영체제로 돌입했다. 6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유로비트’는 5일 만에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흥행도 지지부진하자 공연기획사가 서둘러 막을 내리고 해외공연팀을 되돌려 보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유로화로 공연 계약을 한 기획사다. 지난해 유로당 1100원대였던 유로화가 최근 1600원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화재가 발생한 오페라극장을 보수하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도 올해 2월 독일의 ‘와그너비로’와 유로화로 계약을 하는 바람에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계약금액이 631만6000유로(약 120억 원)에 이르는 만큼 추가 비용이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부담은 국내 공연기획사들의 잘못된 관행 탓도 있다. “원화, 달러화보다 유로화로 지급해 달라” “국세청에 내는 개런티 소득세(22%)도 대신 내달라”는 해외 단체의 요구를 기획사들은 과도한 경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서는 내년이 더욱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나 발레 공연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기업들이 내년에 문화 후원을 늘릴 가능성도 작다.

하지만 불황이라고 해서 문화 예술 공연에서 감동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고유가나 환율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이 국내 공연계의 자생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전승훈 문화부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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