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열여섯 첫사랑 그린 ‘성인동화’… ‘내 마음의 풍금’

  • 입력 2008년 7월 24일 02시 49분


올해 뮤지컬계의 화두인 ‘무비컬(무비+뮤지컬)’의 두 번째 작품 ‘내 마음의 풍금’이 22일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1999년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16세 초등학생 소녀 홍연과 총각교사 강동수, 여교사 양수정 간에 벌어지는 미묘한 삼각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작품을 무대, 배우 등의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 무대

이 공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대다. 1960년대 강원도 두메산골인 무대 배경은 파스텔 톤의 핑크빛 대형 세트로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동화 속 세계를 만들었다. 원작을 살려 1960년대 교실과 거리 풍경 등을 재현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무대 중앙에는 초등학교와 교실, 소풍 장소, 운동장 등이 입체적으로 전환되고, 좌우는 홍연의 집과 동수의 하숙방이 등장해 양 캐릭터의 심리를 재미있게 대조시킨다.

○ 배우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배우 오만석이 어수룩하고 순박한 캐릭터의 강동수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가 관심사였다.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검고 갸름한 얼굴의 그가 “∼느니라”로 끝나는 1960년대풍 종결어미와 잘 맞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연극과 TV 드라마를 넘나든 덕인지 그의 연기력은 무난해보였다. ‘헤드윅’ 등을 통해 검증이 끝난 가창력도 마찬가지. 강동수 역에는 조정석이 더블캐스팅됐다. 홍연 역의 이정미는 작은 체구나 외모가 실제 16세 소녀 같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영화보다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것으로 설정된 홍연 역에 잘 맞았다.

○ 스토리

영화와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유머가 부족하다. 1960년대 상황이나 세 남녀의 삼각관계에서 웃음의 요소는 많지만 객석에서 큰 웃음소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대신 연출자 조광화 씨는 전작 ‘소리도둑’처럼 잔잔한 한 편의 성인동화를 만들었다. 부족한 웃음은 홍연의 정혼자로 정신장애가 있는 정복을 통해 보완하려고 했지만 작품과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 음악

‘맨 오브 라만차’ ‘맘마미아’ ‘에비타’ 등의 김문정 씨가 음악을 맡았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듀엣 곡은 아름다운 선율이 귀에 쏙쏙 들어왔지만 솔로 곡은 아쉬움이 많았다.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입가를 맴돌 만큼 ‘튀는’ 곡은 없다.

○ 오락성

올여름 뮤지컬 중 가족 관람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자극적인 내용이 없고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배우와 스토리, 음악 모두 ‘착하다.’ 연인이 보기에는 무난하지만 친구끼리 가기에는 밋밋할 수 있다.

9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 02-751-9606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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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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