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표정의 아빠와 아빠를 쏙 빼닮은 아들의 모습이 담긴 표지와 제목만 봐도 벌써 짐작이 간다.
아빠는 결코 1등만 하지 않았으리라는 걸.
하지만 이 그림책은 시침 뚝 뗀 채, 꼬마의 진지한 고민으로 시작한다.
“우리 아빠는 어릴 때 뭐든 1등만 했대요. 그런데 나는 왜 1등을 못하지요? 나는 우리 아빠 아들이 아닌가요?”》
아빠가 한 ‘1등’은 이런 거다. 받아쓰기는 했다 하면 1등이었고, 여자 애들한테도 인기 1등이었고, 뭐든 잘 먹어 감기 걸린 적 없을 만큼 건강도 1등이었고, 책도 진짜진짜 많이 읽어서 독후감 쓰기도 늘 1등만 했단다.
아들이 고민할 만하다. 아들은 받아쓰기 60점에, 좋아하는 여자애는 일부러 피하고, 콩도 싫어하고, 책 대신 만날 게임기만 붙잡고 있다가 야단맞기 일쑤니까.
아빠를 쏙 빼닮은 아들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봐도 아빠와 나는 붕어빵인데 아빠는 뭐든지 나랑 달랐대요. 난 믿을 수 없어요!”
아들은 아빠가 어릴 때 자기랑 똑같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좋아한다. “나는 우리 아빠 아들, 아빠는 진짜진짜 우리 아빠!”
발랄한 문체와 사진과 일러스트를 결합한 독특한 그림이 잘 어울린다. 아빠와 아들만이 누릴 수 있는 유대감을 남자 화장실에서 같이 소변보는 장면 등을 통해 재치 있게 드러냈다.
시종 경쾌하게 진행되는 이 그림책은 딱 한 장면을 통해 아빠들의 마음을 드러낸다. “애가 기죽는다”며 “만날 1등 했다고 말하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 아빠는 대답한다. “아니야, 그래야 나를 본받아 뭐든지 잘하지.” 아이 앞에서 훌륭한 롤 모델이 되어주고자 하는 아빠의 바람과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진다.
아이는 물론, 한 번쯤 “아빠(엄마)가 너만 했을 때는 말이지∼”로 시작하는 거짓말을 해 본 부모라면 뜨끔하면서도 쿡쿡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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