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같은 벌판에 두 개의 참호가 있다. 참호 안에 숨어 있는 병사는 서로 적이다. 두 병사는 아침이면 서로를 향해 총을 한 방씩 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참호 안에 숨어 있다. 땡볕이 내리쬐어도, 비가 퍼부어도 참호를 벗어날 수 없다. 적은 아무 이유도 없이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괴물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전쟁을 끝내기 위해 병사는 기습공격을 감행한다. 텅 빈 적의 참호 안에서 그의 가족사진과 전투지침서를 보게 된다. 괴물이 아니라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적이라니. 각자의 참호에서 대치하고 있는 두 병사를 통해 전쟁의 무모함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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