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책]‘로마는 왜 망했나’ 로마제국 쇠망사 완역본

  • 입력 2008년 7월 28일 18시 05분


◇로마제국 쇠망사/에드워드 기번 지음·송은주 윤수인 김희용 옮김/1권 724쪽, 2권 574쪽·25000원·민음사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이 저술한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의 완역본이 출간됐다. 그동안 로마제국 쇠망사의 주요 부분만 발췌하거나 일본어 번역판을 그대로 옮긴 것은 있었으나 완역본이 출간된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은 로마제국의 11대 황제 트라야누스 시대부터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돼 동로마제국이 멸망하기까지 1400년의 서방의 역사와 서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동방의 역사를 총 망라한 대작이다.

감옥에 있을 때 이 책을 자주 읽었다는 인도의 독립운동가 네루는 “흐르는 듯한 선율의 문장을 어떤 소설보다도 몰두해 읽었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이 책은 대단히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진 역사서이다. 기번 스스로 밝힌 대로 제 1장은 세 번, 2장은 두 번을 썼다고 할 정도로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상당히 고심하고 썼다.

동시에 역사가로서 기번의 냉정함이 돋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기본은 최대한 냉철함을 유지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기번은 최근까지도 서구의 시각으로 ‘미개’하게 묘사되곤 하는 이슬람교에 대해 다루면서 이슬람 교도들이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공정하고 통찰력 있게 다룸으로써 이슬람 연구의 한 장을 열었다.

역사가로서 로마 제곡의 쇠망 원인에 대해 가장 독창적인 그의 설명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것이다. 내세 지향적인 그리스도교의 팽창이 로마 쇠망의 다양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 기독교는 현세가 아닌 내세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하기 때문에, 기독교에 젖은 로마 시민들은 현세인 로마제국에 대해 열렬히 충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번은 로마 제국을 관통하는 이 종교를 신학적인 입장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가가 됐고 그의 분석은 당대 많은 지지와 비판을 받으며 당대 논쟁의 지적인 기폭제가 됐다.

민음사판 로마제국 쇠망사는 로마제국 쇠망사의 가장 뛰어난 편집판으로 평가받고 있는 버리(J.B.Bury) 판을 참고로 삼았다. 원서에서 기번의 ‘잡담’이라고 불리는 각주 8300개 중 버리는 4700개를 살렸는데, 민음사 판에서는 이 중 본문의 이해에 지장이 없는 350개를 생략했다. 총 여섯 권으로 우선 1,2권을 내고 2,3개월 간격으로 두 권씩 해서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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