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바둑관전기] 사활은 어려워

  • 입력 2008년 7월 29일 09시 09분


‘권오민의 사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기실 사활은 바둑을 잘 두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유격훈련장’이다. 사활은 무엇보다 수읽기의 근육을 늘려주는 최고의 강화제이다.

바둑이 ‘생각하는 게임’임을 감안한다면 ‘수를 읽는 능력’이야말로 바둑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의 사활이 너무도 재미없다는 것이다.

간혹 ‘나는 사활 묘수 푸는 재미로 산다’는 사람이 없지 않은데, 그는 바둑에 관한 한 하늘이 내린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 자부해도 좋다. 필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심심풀이로 조사해본 결과 프로기사들도 사활공부만큼은 골머리를 싸매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런 점에서 ‘사활 귀신’ 권오민은 바둑을 잘 둘 수밖에 없는 천명을 타고난 사람이라 해야겠다.

남이 만든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 모자라 머리를 싸매고 스스로 사활문제를 만들고 있으니 가히 사활의 대왕이라 할 만 하다.

선배 기사들 중에는 김수장 9단이 창작사활의 대가이다. 김9단은 자신이 만든 사활문제들을 모아 개인 창작사활집을 출간한 일도 있다.

물론 흥행은 그저 그랬지만(너무 어려워요).

<실전> 백1로 끊으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좌변의 백을 잡고 싶다면 <해설1> 흑1이다. 그러나 이는 보다시피 백이 빠르다. 사활귀신도 어쩔 수 없다. 이 백은 잡을 수 없다.

<실전> 백7로 찌른 수가 궁금하신가? 그러고 보니 왜 이렇게 찔러둬야 했을까?

<해설2> 백1로 그냥 가면 흑8까지 패가 된다. 실전은 패를 사전에 방지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백홍석이 흑10으로 중앙을 향해 힘차게 내달렸다. 당연한 한 수. 이런 곳을 백에게 맞으면 머리통이 으깨지고 만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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