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시대 거장 이문열의 회갑이자 등단 3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순원, 구효서, 박상우 등 이문열과 직간접적으로 닿아 있는 후배 작가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13편을 모아 책을 펴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여자 아바타와 결혼을 한 경제 연구원이 가상 아내가 현실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자 서로를 상속인으로 정해 두었던 보험계약 때문에 법정 공방을 벌이는 ‘아바타를 사랑한 남자’(박석근), 6자 회담에 참석했던 남북 수석대표가 회담 결렬 후 공항 면세점에서 만나 선물을 교환하는 ‘같은 꿈’(심상대) 등 독특하면서도 역동적인 작품이 가득하다.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나희덕 엮음/178쪽·9800원·삼인
1989년 ‘뿌리에게’로 등단한 후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나희덕 시인(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첫 번째 시선집을 펴냈다.
우리 시대 대표 시인이라 할 수 있는 안도현, 도종환, 황지우, 고진하 시인의 80여 편의 시를 엄선하고 아침과 저녁의 이미지로 나누고 시 한편 마다 나희덕 시인의 글을 덧달았다.
◇무릎 위의 자작나무/장철문 시집/124쪽·7000원·창비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하여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등을 펴낸 바 있는 장철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무릎 위의 자작나무’가 출간됐다.
‘자작나무가 내 무읖 위에 앉아 있다//돋아나고 있다, 가슴에서도/피어나고 있다’로 시작되는 전문에서는 아기를 무릎에 받아 안았을 때 느꼈을 환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똥 누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앉아서/파래지는 바깥을 보는 시간/아이를 향해 희게 웃으며/ 목 놓아 우는 시간/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행복한 시간(똥 누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인은 “문자는 내가 만졌으나 쓴 것은 늦본 딸아이”라고 고백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