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73>處世忌太潔, 至人貴藏輝

  • 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處(처)는 멈추다 또는 머물다의 본뜻에서 居處(거처)하다의 뜻, 處理(처리)하다의 뜻, 處所(처소)나 위치의 뜻으로 확대됐다. 윗부분인 호(호)는 호랑이가죽의 무늬인데, 본 글자의 뜻과는 무관하며, 단지 독음 표시의 목적으로 후에 더해졌다. 아랫부분이 이 글자의 원래 형태로서 일종의 책상인 궤(궤)에 이르러 멈추는 모습을 나타냈다. 處世(처세)는 세상살이나 사회생활을 뜻한다.

忌(기)는 꺼리거나 싫어하다 또는 미워하거나 猜忌(시기)하다의 뜻이다. 太(태)는 大(대)에서 분화된 글자로 점을 더해 독음을 구별한 것이다. 극히 크다는 뜻 외에 정도가 지나치다 즉 부사로 ‘너무’의 뜻이 있다. 가장 높은 신분에 붙이는 존칭으로도 쓰인다. 大(대)의 경우도 그런 뜻이면 ‘태’로 읽는다.

潔(결)은 潔白(결백)이나 淸潔(청결)처럼 희거나 깨끗하다는 뜻, 청렴하다는 뜻, 간결하다는 뜻이 있다. 至人(지인)은 지극한 경지의 인물로 聖人(성인)과 통한다. 貴(귀)는 귀하게 여기다의 동사로 쓰였다.

藏(장)은 貯藏(저장)하거나 간수하다 또는 숨거나 숨기다의 뜻이다. 輝(휘)는 빛이나 광채의 뜻으로 暉(휘)와 통한다. 藏輝(장휘)는 빛나고 뛰어난 점을 숨겨 드러내지 않음을 의미한다.

전국시대 楚(초)나라의 비극적 애국시인 屈原(굴원)은 ‘漁父辭(어부사)’를 지어 어부의 입을 빌려 남달리 고결함을 추구하는 자신을 나무랐다. 李白(이백)은 그것을 본떠 앞에서 “향초에 머리 감고 갓 털지 말며, 난초에 몸 씻고 옷 털지 말라”고 하고, 또 뒤에서 어부에 동조하였다. 그렇다면 적당히 자신을 더럽혀 세속에 영합하겠다는 말인가? 아니다, 탁하고 어리석은 세상에 대한 한탄과 고발이리라. ‘沐浴子(목욕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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