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우아함, 팝콘 같은 클래식

  • 입력 2008년 7월 30일 08시 14분


2008 예술의전당 팝스콘서트

한국 대중음악이 클래식의 옷을 입는다.

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지난 20년간 사랑받아온 대중가요 20곡을 모아 푸짐한 클래식 뷔페로 꾸몄다. 이름 하여 2008 예술의전당 팝스콘서트!

“하나도 신선하지 않아” 하는 분들은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주시길. ‘팝스콘서트’란 간판을 내건 기존의 연주회들이 가요의 선율을 단순히 오케스트라의 음으로 들려준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공연은 박종훈이라는 걸출한 아티스트의 손길로 완벽하게 새로 빚어진‘가요의 클래식적 전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가요의 주제선율을 수용해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재구성한, 일종의 대중음악에 대한 클래식의 오마주에 가깝다.

이번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맡은 박종훈은 2000년 이태리 산레모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태리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애당초 클래식에 국한하지 않고 재즈, 국악 등 ‘남의 동네’를 넘나들며 크로스오버적인 솜씨를 과시해 왔고, 요즘 들어선 프로듀서와 작곡·편곡자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드라마 ‘봄의 왈츠’의 눈부신 선율이 그의 것. 그가 쓰거나 매만진 곡들은 현재 여러 방송매체에서 시그널, 배경음악의 단골로 쓰이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자신의 양념을 한껏 가미한 ‘신사동 그사람’ ‘호랑나비’ ‘내 사랑 내 곁에’ ‘마법의 성’ ‘텔미’ ‘벌써1년’ 등 지난 20년 대중가요사에 굵직한 획을 새겨 온 명곡들을 내보인다.

뛰어난 테크닉과 서정적인 연주 스타일이 눈에 띄는 피호영과 크렘린 궁에서의 연주로 호평을 받은 김가영이 각각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최은정이 플루트를 들고 협연한다.

여기에 ‘댄싱퀸’에서 ‘발라드퀸’으로 급선회한(더군다나 기자가 선호해 마지않는!) 가수 백지영이 나와 ‘사랑 안 해’와 ‘사랑 하나면 돼’를 강창우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반주 위에 싣는다.

간만에 어깨에 힘을 빼고, 의자에 깊숙이 등을 묻은 채 느긋하게 바라보고 싶은 공연이다.

8월 16일∼17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580-1300|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 B석 3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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